한강의 지류인 안양천은 경기도 의왕시 백운산 서쪽에서 발원해 안양시를 관통, 서울을 가로지른다. 안양천은 서울 관악·구로·금천·동작·영등포·양천·강서구와 경기도 과천·광명·군포·부천·시흥·안양·의왕시 총 14개 지방자치단체를 물줄기로 이으며, 총 길이는 35.1km에 달한다. 이는 서울 중구 봉래동2가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수원 화성까지의 거리와 맞먹는 규모로, 전 구간을 걸으면 9시간 20분정도 소요된다.
◆안양천 이름 바꿔야
지난 22일 오후 서울과 경기도를 훑는 하천인 안양천을 찾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도림천역 2번 출구로 나와 신정교 사거리 방향으로 1분(90m)을 걸었더니 하천변으로 진입하는 돌계단이 나왔다. 이 계단을 내려갔더니 안양천 체육공원과 함께 하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안양천에서는 각종 레저활동을 즐기는 시민들을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조깅을 하는 어르신들부터 연날리기하는 어린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농구하는 학생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취미 생활을 만끽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박모 씨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 주말마다 양평 두물머리까지 라이딩을 했다"면서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멀리 가는 게 좀 부담스러워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양천도 두물머리 못지않게 경치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됐다"며 "그동안 괜히 멀리까지 가느라 고생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나타낸 22일 오후 안양천의 물빛은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르렀다. 투명한 물에 맑은 하늘이 비춰 사파이어 빛을 띠는 것처럼 보였다.
안양천에 조깅하러 나온 직장인 윤모 씨는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 중인데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 살이 6kg나 쪄서 안양천에 나와 운동하기 시작했다"면서 "여기가 도보랑 자전거길이 분리가 잘 돼 있어서 저처럼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엄지를 추어올렸다.
그는 "그런데 이 하천이 양천구, 구로구, 금천구 등 서울 곳곳에 퍼져 있는데 왜 전부 다 안양천이라고 싸잡아서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안양천이 경기도 안양시에만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누구는 서울엔 청계천 아니면 안양천밖에 없냐고 놀린다"며 답답해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한국지명유래집에 의하면 이 하천은 안양 시가지 앞을 지난다는 의미에서 '안양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금천현 편에는 "대천(大川)이 현의 서쪽 4리에 있으며, 과천현의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흘러 양천현의 철곶포로 흘러들어간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현재와 달리 하천 구간마다 이름이 각기 달랐다. 안양사와 안양교 부근만을 안양천(安陽川)으로 명명했고, 금천현 구간은 대천으로 양천현 구간은 철곶포라고 불렀다. 이 이름들은 일제강점기 때 '안양천'으로 통합돼 현재까지 하나의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깨끗해진 안양천
이달 22일 오후 안양천을 방문한 동네 주민 김모 씨는 "옛날에는 서울에 있는 공장들의 오폐수가 다 안양천에서 만나 오염이 심각했다"며 "지금은 공장도 없고 구청 같은데서 관리도 잘해서 그때보다 100배는 깨끗해졌다"며 기뻐했다.
안양천 인근의 지자체들은 1990년대부터 힘을 모아 '안양천 살리기' 운동을 진행해왔다. 1999년 안양천 유역에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11개 지자체는 '안양천 수질개선 대책 협의회'를 만들고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공동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당시 안양천 하류에는 하수처리장이 설치돼 서울 관악·영등포구와 경기 광명시에서 하루 평균 170만t씩 발생하는 하수를 정화했는데 안양시 외에는 하수처리시설을 갖춘 곳이 거의 없어 하천에 오염물질이 흘러넘치곤 했다. 때문에 하천이 아닌 하수 운반통로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인근 자치단체들은 안양천 생태계 회복을 골자로 하는 주민 참여 프로그램 등을 공동 운영했다. 이를 통해 2000년 6등급이었던 수질을 2013년 3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안양천 명소화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서울 서남권 4개 자치구(양천, 구로, 금천, 영등포)는 오는 2030년까지 자연친화적인 생태복원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