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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홍경한의 시시일각] 한국엔 없는 ‘국립근대미술관’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회화 컬렉션에서부터 18세기 베네치아 미술에 이르는 작품들을 소장한 세계 최고의 국립미술관이다.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또한 미술사적 의미가 있는 소장품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근대미술관이다. 서양에 비해 주목도는 떨어지지만 일본 역시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을 위시해 현 단위에까지 자국 근대미술은 물론 근·현대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미술관을 갖고 있다.

 

이 중 1986년 파리 기차 역사를 개축해 만든 오르세미술관은 100개가량의 전시실에 인상주의 회화를 비롯해 조각, 판화, 가구, 사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가 자랑하는 19세기~20세기 초반의 예술콘텐츠를 집중 소장하고 있다. 1978년 미술관 개관 방침이 정해진 뒤 8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늘의 모습으로 안착했으며, 프랑스대혁명의 결과물인 루브르박물관과 파리 5월 봉기의 산물인 퐁피두미술관과의 차별점을 모색하다 근대미술로 방향을 정하게 됐다.

 

문화예술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에는 아직 국립근대미술관이 없다. 건립계획은 간간이 있어 왔다. 1990년대 초 정부는 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용산 미8군 기지 일대로 옮긴 후 그 자리를 국립근대미술관으로 사용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07년엔 연구용역을 통해 옛 서울역을 근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안도 고민했었다. 그만큼 근대미술관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는 얘기이다.

 

미술계도 목소리를 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근대미술 상설관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기회 있을 때마다 근대미술관 설립을 요구하곤 했다. 도심에 제대로 된 국립미술관 하나 없다며 미술인들의 관심이 온통 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가 있던 2013년에도 일각에선 어미 없는 자식 꼴이라며 근대미술관부터 필요하다는 주문이 있었다.

 

하지만 끝내 독립기구로서의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은 실현되지 않았다. 1998년 개관한 덕수궁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체제로 운영되며 근대미술관 역할을 대신해온 게 전부이다. 2008년 덕수궁 석조전 서·동관을 합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추진했으나 문화재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지금까지 달리진 건 없다. 현재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조각가가 대한제국의 위상을 깎아내리기 위해 만든 물개상이 자리 잡은 이곳에서 주요 근대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잠잠했던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논의가 최근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100여명의 미술인들은 삼성가 기증 미술품 2000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술품 1000여점, 그리고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근대미술품을 한곳에 모아 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술계의 동참을 확대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준비위 또는 발기인대회를 이달 개최할 예정이다.

 

미술인들의 바람처럼 국립근대미술관은 필요하다. 긴 세월 동란과 상대적 무관심 속에 잃어버린 유산을 복원하고, 역사성 정립 차원에서도 이젠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다만 이번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제대로 하는 게 옳다.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분리한 채 고고(考古)와 당대(當代)로 차별된 역할을 부여한 일제 문화식민주의의 찌꺼기인 용어부터 명확히 하여 국립근대미술박물관으로 쓰고, 갖가지 연(緣)을 이유로 능력도 없는 이들을 관장으로 선임하는 고질병도 근절해야 한다. 행정 중심주의와 관료예속주의도 끊어야 하는 등, 건립 전후 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할 게 많다.

 

■ 홍경한(미술평론가·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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