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규제 아닙니까". 교육부가 대학 등록금 인상을 제재하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최근 교육부가 법정 인상 한도를 초과해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에 입학정원을 최대 10%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대학가에 '등록금' 이슈가 또 한 번 불거졌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에 학생모집 인원 감축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제재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학들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다. 법정 인상 한도는커녕 어차피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물가 상승률 3년 치 평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말 2021학년도 등록금 인상 상한선으로 1.2%를 제시했다.
그런데도 현재 대부분 대학은 13년째 등록금 동결 상태다. 교육부가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 재정 지원 사업 선정이나 국가장학금 지급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범위에서 합법적으로 등록금을 올려도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결국 지난 10년 물가상승률이 18.7% 오르는 동안 등록금은 되레 낮아졌다. 지난해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747만9000원으로, 10년 전인 2010년에는 751만4000원이었다. 그사이 학령인구도 급감해 입학정원보다 수험생 수가 적은 '역전현상'이 현실화했다.
정부 지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하위권이다. 2020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5%에 불과하다. 고등교육 공교육비 정부 부담 비율은 38%로 OECD 평균 68%의 절반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대학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그 책임은 국내 대학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에 미루고 있는 셈이다. 대학이 심각한 재정난을 맞은 배경이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 확대가 필수라는 게 학생과 대학 모두의 지적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현행 대학등록금 규제 수준을 완화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도록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 36명 중 67%는 '현행 대학등록금 규제 방식에 대해 대학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규제는 교육 혁신도 규제한다는 말이 있다. 교육부는 법정한도 이상 등록금 인상 대학에 규제를 가하기에 앞서, 법정한도 내 등록금 인상 시 국가장학금 2유형 제외라는 과도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왜냐하면 대학 등록금 인상은 학생 및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고등교육법상 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법을 어기는 꼴이다.
"등록금 인상 시 국가장학금 예산도 증액이 필요해 정부가 몸 사리는 것 아니냐"는 대학 관계자의 말이 교육 당국을 향한 누명인지, 불편한 진실인지 대학가의 눈이 쏠려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