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이 되는 많은 징계 사건에서,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처분의 근거가 된 징계사유인지, 그리고 그 비위행위가 취업규칙 등 징계사유를 정한 규정에서 정한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징계처분 통보서 등에 징계사유와 근거 규정이 기재돼있기는 하나, 여러 비위행위가 문제되거나 하나의 비위행위가 규정상 여러 징계사유에 중복적으로 해당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시를 해 소개하려고 한다(대법원 2020다270770 판결).
이 사건에서는 징계사유로, A 방송사의 카메라기자가 동료 카메라기자들을 4등급 분류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블랙리스트를 반영한 인사이동안을 작성, 보고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한 행위 등이 문제됐다. 특히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부분은 ''특정 인물들에 대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행위"가 징계사유로 인정될 것인지 여부였다.
원심에서는 위 행위는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징계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볼 때 위 행위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돼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해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돼야 하고, 그 비위행위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상 징계사유를 정한 규정의 객관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문제되는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함을 특정해 표현하기 위해 징계권자가 징계처분 통보서에 어떤 용어를 쓴 경우, 그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장의 취업규칙 등 징계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의 의미와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단지 그 비위행위가 위 통보서에 쓰인 용어의 개념에 포함되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즉 카메라기자의 위 행위가 명예훼손,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인지는, 해당 사업장의 취업규칙 등 징계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의 의미와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지도, '상호인격을 존중해 직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정한 A방송사의 사규(社規)를 위반한 행위로서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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