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가 꼭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인사권자가 조직 이념이나 성향, 철학이 비슷한 사람을 임명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도 코드인사는 대부분 논란을 야기한다. 해당 조직이나 공공의 이익과는 달리 '제3의' 의도가 개입되거나, 혹은 발탁된 사람의 자질이 부족할 때도 그렇다. 특히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일수록 코드인사에 따른 논란은 더하다.
민간인이 출자해 경영하는 '사기업'도 마찬가지다. 사기업의 채용에서도 공정성 담보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앞으로는 공공기관에 이어 사립대학에도 채용 공정성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교육부가 각 사립대학과 대학법인에 '학교법인 및 사립대학 직원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 권고' 공문을 발송하고 협조를 요청하면서다.
교육부는 이번 권고 이유에 대해 일부 사립대 직원 채용 시 규정이나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지속해 발생해 공정채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안양 A대학에서 '고위급' 직원 채용 사안을 두고 내홍이 일고 있다. A대학 측은 지난 2월 다른 대학 교수 출신 인사를 제대로 된 채용 절차 없이 교학부총장으로 임명했고, 교육부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시정을 요구하자 직원 2급으로 채용하는 절차를 뒤늦게 거쳤다. 교학부총장으로 임명한 지 4개월이 지난 후였다.
하지만 대학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은 그치지 않고 있다. 비대위 측은 학교법인이 해당 부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 야기한 '절차적 하자'도 문제지만, 이번 인사가 '코드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특히 비대위는 교학부총장이 이전에 몸담았던 대학이 충청북도 소재 B대학이라는 점을 두고 이번 인사 배경에 의문을 품는다. A대학이 B대학에 대학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수년째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B대학 관련 인사를 A대학 주요 보직으로 채우며 사실상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비대위 추측이다.
A대학이 교학부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던 '절차상 하자'는 뒤늦게나마 해결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채용 절차 없이 특정인을 대학 주요 보직에 임명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후 이뤄진 '흠결 보완'이 논란을 덮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채용 공정성을 위해 사립대에도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 여론이 모이고 있고 교육부도 이를 각 대학에 권고하는 상황에서, A대학 논란을 두고 교육부가 내린 판단이 앞으로 대학에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약속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안 걸리면 말고' 식의 선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학도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고 공공적 성격을 가진 만큼 절차나 규정을 어긴 차별적 채용이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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