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서 잔뼈 굵은 '상사맨'…회사 창업해 퇴직 60대 기술자들과 '의기투합'
"정년 없는 회사 성장시켜 글로벌시장서 히든챔피언 꿈…시니어·청년 융합도"
이동형 제품, 비용 획기적 절감·가공 정밀도 향상·재활용해 친환경등 장점 많아
金 대표 "500억 매출 1차 목표…'서민갑부'는 무의미, '홍익기업' 되기위해 최선"
"내가 (힘이 부쳐)일을 하지 못할때까지 같이 가자고 했다. 정년도 없다. 대한민국 토종 기업으로서 글로벌시장에서 히든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반드시 이룰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대표 세대인 57·58년생들이 뭉쳐 당찬 도전을 시작했다. 기계 분야 등에서 30~40년 잔뼈가 굵은 이들이 모여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세상을 호령할 채비를 갖추면서다.
'이동형 절삭유(연마유) 탱크 청소기' 개발에 성공, 올해 시장에 본격 출시한 네오스 김윤상 대표(사진). 2014년 창업 후 전 직원을 60대로 채우면서 '시니어 제조 벤처기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그의 나이도 올해 육순을 훌쩍 넘긴 58년 개띠다.
김 대표가 퇴직한 60대들로 회사를 꾸린 데는 깊은 뜻이 있다.
"창업 초기엔 젊은 친구들을 직원으로 채용했었다. 하지만 만들려고 했던 기계엔 오랜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했다. 특히 네오스의 공장이 있는 창원을 포함한 경남, 부산, 울산 지역은 다른 어느 곳보다 엔지니어들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퇴직하신 분들을 한명씩, 한명씩 영입하기 시작했다."
네오스에는 김 대표 외에도 60대 기술자가 6명이다. 이들의 경력을 30년씩만 잡아도 합하면 200년이 족히 되는 셈이다.
30년 가량을 온 몸에 기름칠하며 기계밥을 먹은 전문가들이 합심해 만들어내지 못할 기계는 없다.
김 대표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자랑하는 이동형 절삭유 탱크 청소기는 그렇게 60대 기술자들이 뭉쳐 개발에 성공했다.
자동차·전자 부품을 가공하기 위해선 CNC공작기계의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 현재 국내에만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해 약 50만대의 CNC공작기계가 보급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CNC 가공 공정에서 열을 줄이고, 정밀한 작업을 하기 위해선 기름인 절삭유를 써야하는데, 이를 사용하고 난 찌꺼기인 슬러지를 처리하는 것이 큰 골칫거리다.
"사용한 절삭유를 여과 등의 과정없이 재사용하면 불량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절삭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자동차나 전자 부품에서 불량품이 생겨 대규모 리콜을 하는 경우도 있다.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해 만든 네오스의 이동형 절삭유 탱크 청소기는 1대로 20대의 CNC공작기계를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동형 절삭유 탱크 청소기를 사용하면 청소기 1대당 1대의 CNC공작기계만 관리할 수 있는 고정형에 비해 유지·관리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가공시 정밀도 향상, 절삭유 사용료 절감 그리고 재활용에 따른 친환경 등 장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중견기업에선 이 기계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 흡착포에 기름을 묻혀 제거하는 '오일 스키머'와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유수분리기'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 선보이고, 이후 절삭유 탱크 청소기도 '고정형'으로 만들어 내놨던 네오스가 '이동형'을 만든 것도 가공 중소기업들이 고정형 청소기 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고정형을 이동형으로 개발하는데만 3년간 약 30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갔다.
고객의 요구로 탄생한 이동형 제품이 이젠 기존에 없던 유일한 제품으로 시장을 호령할 '효자 상품'이 될 채비를 모두 갖춘 셈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월 20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내년엔 생산능력을 월 60대 정도로 늘릴 게획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멕시코 등 해외 수출도 물꼬를 텄다. 하루 1대 수주가 목표인데 아직까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웃음). 향후 중국에선 현지에서 생산해 중국 시장을 추가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1대에 1000만원 정도하는 이동형 청소기를 9월부터는 렌탈 판매도 시도할 계획이다. 산업현장에서 쓰는 기계를 정수기나 비데처럼 렌탈을 하는 것도 네오스가 첫 시도다.
그러고보니 그는 파는 것엔 이골이 나 있는 '상사맨' 출신이다. 종합상사인 삼성물산에서 오랜 기간 설비 분야를 담당했다. 삼성물산 독일지사에서도 10년간 근무했다.
회사를 나와 '산업용 청소기'를 아이템으로 네오스를 창업한 것도 독일에서의 오랜 경험과 이후 국내의 한 CNC 공작기계 회사에서 5년간 최고경영자(CEO)를 한 것이 동기가 됐다.
김 대표가 향후에도 네오스를 60대의 퇴직 기술자들로만 온전히 채울 생각은 아니다.
"이동형 청소기에 IoT 기술을 접목해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추가로 개발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피가 필요하다. 60대의 아나로그 기술력과 청년의 디지털 기술력이 합쳐지면 시너지가 클 것이다. 회사 매출이 100억원 수준에 도달하면 이후부터는 60대 1명, 청년 1명씩 균형을 맞게 채용해 세대간 융합도 시도할 계획이다."
상사맨을 하면서 수 십개국을 누볐던 그의 발걸음이 한국에만 머물 이유는없다.
"독일에만 1300개의 히든챔피언이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제대로된 '상품'이 없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 1인당 매출 10억원, 영업이익률 30%를 목표하고 있다. 히든챔피언이 되기 위해 500억원 매출이 1차 목표다. 네오스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김 대표는 소위 '서민갑부'는 되고 싶지 않단다. 자신만 돈을 벌어 잘 먹고 잘사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홍익기업'이 궁극적인 꿈이다. 그러기 위해선 글로벌 기업이 반드시 돼야한다."
김 대표와 네오스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할 기업'을 목표로 당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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