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한지 3개월 된 신임 소위가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된 것이 알려지자 군 안팎에서는 '초급 간부의 높은 자살률을 정부 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軍 자살, 과반은 간부… 그 중 60%는 초급 간부
익명의 지휘관은 26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초급간부의 자살은 묵혀둔 문제다. 병의 자살률은 감소추세지만, 군내 자살 사고의 과반 이상은 간부의 자살"이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초급간부의 자살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군내 자살 사고는 2011년 97건에서 2015년 57건, 지난해에는 42건으로 줄었다. 사병의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되면서 2019년 27건이던 병 자살 사고는 지난해 17건으로 크게 줄었다. 2019년 장교나 부사관의 자살 사건은 32건으로 병의 자살 사고보다 많았다.
간부의 자살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63%로, 병에 비해 소수인 간부 계층의 자살 비율이 높다는 것은 간부의 스트레스가 더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군 간부 자살의 60%는 하·중사, 소·중위 등 임관한 지 얼마 안된 초급 간부들이다.
지난 2월 육군 제22사단의 한 간부가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두달 뒤 같은 사단 소속의 또 다른 간부는 채무 등의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번에 사망한 신임 소위도 소속부대 동기생과 간부들에게 문자 메세지를 통해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해야
복수의 간부 예비역들은 '열악한 초급간부의 복무여건, 이를 해결하려는 민관군의 관심부족이 초급 간부를 더 죽음으로 몰아 넣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한 예비역 소령은 "병의 복무여건 개선도 사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초급 간부의 복무여건 개선은 이보다 더 더딘 상황"이라며 "90%가 넘는 살인적인 징병률로 인해 신체적 약자들이 병으로 입대하는 상황이다 보니 관리자인 초급 간부의 스트레스도 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 대다수가 병으로 군복무하는 만큼, 병의 복지 등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과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만 초급 간부는 관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예비역 장교는 "병계층이 그들만의 고충이 있듯이 군의 주류도, 최하위층도 아닌 초급 간부들도 말 못하는 고충이 존재한다"면서 "복무연장과 장기복무 선발에 합격하기 위해 상관의 부당한 지시를 감내해야 하고, 악의적인 수단으로 군복무를 게을리하는 부하들에게도 시달려야 하는 초급간부의 고충을 알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예비역 장교는 "군 당국은 간부 간의 구타 및 금전거출, 지휘관의 식사대접, 종교 개종 행위 등의 '간부 부조리'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병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관행들이 음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모든 부대에서 잘못된 관행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직업적 선택 앞에 약자로 놓인 청년들은 폐쇄적인 군 특성상 자신의 권리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부족을 초급 간부의 임용으로 늘려갈수록 초급 간부의 자살 사고는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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