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한 명당 평균 출생아는 0.84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어린이집 대상 연령인 0~5세로 보면 지난해 210만명에서 오는 2025년 161만명으로 급속히 줄어든다.
이 같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4차 계획'을 통해 육아와 양육 중심의 대책을 내놨다. 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196조원이 투입된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절반과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대부분 대책은 출산 장려금, 아동수당 등 단기적 재정 지급 정책이나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분양주택 공급 확대' 등 간접 보조에 머물렀다.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처음 수립한 이래 총 225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여성 경제참여율과도 맞닿아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한 현실은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게 하고, 이는 저출산 문제를 키운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양질의 보육 시설 확충'이 정부가 우선시해야 할 저출산 정책 1위로 꼽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저출산 예산은 한해 수십조가 넘는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왜 모자랄까. 국정감사에서 심심치 않게 지적되는 유치원 비리나 학대 문제는 무엇을 시사할까. 올해는 아동학대가 적발된 유치원 60곳 중 58곳이 해당 시교육청 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으며 도마 위에 올랐다.
독일이나 스웨덴, 프랑스 등 출산율 제고에 성공한 나라의 공통점은 여성의 사회활동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스웨덴 부부의 맞벌이 비율은 85%를 상회한다. 15만원 남짓의 아동수당, 출산장려금 한 푼 주지 않고도 1.7명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기조 아래 매년 GDP의 2% 이상을 보육 인프라 확보에 투자한 결과다. '아이 낳아 잘 키울 세상'이 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도 늘고 자연스럽게 출산율도 올라간 셈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메리칸 인디언 오마스족의 격언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진짜 필요한 건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 아니라 건강한 보육 인프라와 '엄마'가 이를 믿고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국가와 사회의 집단 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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