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회부 절차를 담당한 직원 A는 징계 대상자인 직원 B에게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통지하기 위해 내용증명 형태의 등기우편을 근무현장에 발송했다. 그 후 근무현장 관리소장에게 피해자 앞으로 발송된 위 문서를 직원 B 대신 수령해 개봉 후 문서를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했다. 직원 A는 직원 B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가 각 선고됐고, 대법원은 최근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대법원 2021도6416 판결).
형법 제310조에 따라,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할 수 없다. 여기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뤄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해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이 사건 항소심은 게시된 문서가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문서에 게시된 내용이 직원 B의 회사 근무 중 비위행위에 관해 징계절차가 개시됐다는 것이어서 공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나,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돼도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회사의 운영매뉴얼상 징계회부시 징계혐의자에게만 공문을 보내도록 돼 있고, 이 사건 문서 자체에도 수신자를 피징계자로 한정해서 수신자에게만 문서를 발송해 징계회부 사실 자체는 공지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문서에는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돼 있어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이 공개된 것이라고 하기 어렵고, 직원 A가 징계 업무를 담당한 직원으로서 징계절차를 숙지하고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직원 B 본인이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통지받기 전에 근무현장 게시판에 그 사실을 공지할 만한 긴급한 필요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징계절차 회부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의 피해 정도는 가볍지 않은 반면, 회사 내부에 가져올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 의결이 이루어진 후에 공지해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향후 징계 업무 담당 부서에서는 징계대상자에 대해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통지할 때 이 사건과 같은 명예훼손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문 발송 절차, 수신 대상 선정 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