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건설/부동산>시세

[현장르포]월세 내몰린 청년 "닭장이랑 다를 바 없어요"

아끼기 위해 열악한 주거 환경 선택하는 청년
부담 덜려고 전세 매물 찾지만 전세가 너무 비싸
청년 전세 대출 받아도 적용되는 매물 없어 '좌절'
전문가 "계약갱신청구권 끝나는 7월 전세가 더 오를 것"

지난 14일 오후 8시께 찾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청년 주거 밀집지. 허름한 다세대 주택이 줄 지어 있다. /양희문 기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요. 닭장에 있는 닭과 다르지 않아요."

 

지난 14일 오후 8시께 찾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청년 주거 밀집지역. 골목 옆으로는 허름한 다세대 주택이 줄 지어 있었다. 곳곳엔 담배 꽁초와 쓰레기로 가득했다. 한 여름도 아니지만 길가 쓰레기더미에선 악취가 올라왔다. 이 지역은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서울의 다른 곳보다 집값이 싼 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청년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이 지역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고 했다.

 

서울 살이 2년차인 이지은(27)씨도 지난해 이곳에 정착했다. 집안 형편상 도움을 받지 못한 이 씨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에 반지하 단칸방을 구했다. 생활환경은 최악이었다. 퀴퀴한 냄새로 두통에 시달리는 건 물론 녹물로 인해 씻는 것조차 여간 쉽지 않았다. 햇빛이 들지 않는 좁은 방은 그를 우울감에 빠뜨렸다.

 

그는 "1인 최소 주거면적(14㎡)도 되지 않는 방에 1년 넘도록 살았는데 답답함을 넘어 우울감이 밀려온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지은(27)씨의 방. /양희문 기자

◆"전세 찾지만 전세가 너무 비싸"

 

이 씨는 주거 질 향상과 주거 비용 감소를 위해 전세 매물을 알아봤다. 하지만 일찍 포기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가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에 올라온 성북구의 원룸 전세 가격을 보면 기본 1억2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특히 마포구 공덕동은 2억원 이하 전세 매물을 찾을 수 없었다. 부모 지원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이 씨에게 억원 단위 이상의 돈을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이를 방증한다. 2019년 9월 100.6이었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103.2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전세가 상승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주택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해서다.

 

성북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5000만원이면 원룸 전세 정도는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1억원도 부족하다"며 "집주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2년 후 갱신을 예상하고 미리 전세가를 크게 올리거나 아니면 월세, 반전세로만 내놓는다"고 했다.

 

◆전세 매물 없어 청년 전세대출 무용지물

 

정부는 청년 주택비 부담 완화를 위해 금리 1.2% 수준의 전세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1인 가구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최대 1억원까지 전세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을 받더라도 중기청 대출이 적용되는 전셋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집값이 싼 대학가 근처 원룸은 건축물 대장상 대부분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근린생활시설은 중기청 전세 대출 적용이 안된다. 근린생활시설 건물 용도가 주거용이 아닌 세탁소나 편의점, 음식점, 헬스장 등 편의시설이기 때문이다.

 

광진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룸촌 자체가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돼있는 경우가 많다"며 "중기청 대출이 되는 곳은 100개 중 2~3개밖에 안 된다"고 했다.

 

대출을 받아도 집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정동준(28)씨는 "중기청 전세 대출을 이용해 매물을 알아보고 있지만 적용되는 주택이 거의 없다"며 "결국 다시 월세 계약을 해야 할 것 같다.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 "전세가 오를 것"

 

부동산시장에선 오는 7월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0년 7월 31일 시작된 계약갱신청구권이 2년을 맞는 때라서다. 당시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임대료 상한 5%'를 적용받았던 주택은 2년이 지나는 올 7월이면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때 임대료 상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임대인이 전세가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처음 시행될 때도 이미 전세가가 높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전세가가 더 높다"며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7월에 전세가가 크게 뛸 수 있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