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급증한 부채가 금융위기 초래할 수도
"이번엔 다를까?(Is this time different?)"
미국의 경제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Kenneth S. Rogoff)와 라인하트(Carmen M. Reinhart)는 '이번엔 다르다'라는 책을 통해 800년 동안 60개국에서 반복된 금융흐름 패턴을 분석하고 결론 냈다. "정부는 매번 이번엔 다르다며 위기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다"며 "부채로 이뤄진 호황은 늘 금융위기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7일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코로나 위기로 축적된 전 세계의 부채 현황 및 위험성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늘어난 부채는 단기간 최대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과거의 금융위기보다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물결…코로나19로 단기 급증
앞서 전 세계는 세 차례 부채물결을 겪은 뒤 금융위기나 심각한 경기침체를 마주했다. 1970~89년에는 남미 국가에서 정부 부채가 증가한 뒤 위기가 발생했고, 1990~2001년에는 동남아 국가의 기업 부채 위기가 발생해 러시아와 터키까지 확대됐다. 2002~2009년에는 부채가 급증하면서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제는 네번째 부채 물결이다. 국제금융협회(IIF) 등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전 세계 부채 규모는 296조달러(약 35경5052조원)다. 2000년 83조달러에서 3.56배 늘어난 수치다. 같은 시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다.
전 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도 2000년 230%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 320%, 지난해 상반기 353%까지 치솟았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이처럼 많은 부채를 진 적이 없다"며 "지난 20년간 초저금리, 저금리 시대가 지속된 여파"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싼 값에 돈을 빌려 부채를 대폭 늘려왔고, 유례없는 팬데믹을 맞이한 각국 정부는 재정을 추가로 풀면서 경기를 떠받쳤다는 분석이다.
◆저소득 국가 중심, 채무불이행 확대가능성↑
다만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저소득 국가의 채무불이행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팬데믹 대응을 위해 부채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팬데믹으로 빚을 갚을 여건마저 악화되면서 부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74개에 달하는 저소득 국가들은 올해안에 정부, 민간 부문 대출자에게 350억 달러(약 41조원)를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지난 2020년과 비교해 45% 늘어난 수치다.
국제금융연구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과 2021년 저소득 국가의 정부와 기업들은 매년 약 3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이전보다 3분의 1 이상 높다. 기존에 쌓아온 부채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팬데믹까지 겹치며 차입금 규모가 늘어났고 설상가상으로 경기 침체까지 닥치며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금리인상은 저소득 국가의 부채위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당초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3~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올해 첫 경제지표에서 물가상승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당장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총 7~9차례 금리인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저소득 국가는 돈을 벌 수 있는 시기가 아닌데 채무상환을 재개해야 하는 상환이 도래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국가 부채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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