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형마트에 갔다. 화장실을 가려고 찾다 보니 'toilet' 표지가 보였다. 과일 사야지 싶어 코너를 찾으니 'Fresh Food'라는 표지가 보이고 곧 'Fruit' 'vegetable'이 보였다. 상품 위에도 보인다. 'special' 'unique' 'baby' 'for adult' 분명히 서울시 ○○구 ○○동 마트인데 한글 대신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영어다. 비건이니, 시니어니 하는 말들을 쓰면서도 '이런 말은 어린애나 나이 지긋한 사람이 바로 알까?' 싶었는데 마트에서 영어를 잔뜩 보니 저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e커머스가 대세고 편리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다. 너무나 편리하지만 온라인 페이지는 사람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여전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마트에 나란히 쇼핑 온 가족, 그 날 그 사람의 저녁거리가 보이는 쇼핑카트 모든 것에서 타인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딘지 너무 세련됐다. '보리꼬리'는 알아도 'broccoli'는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깨끗하게 세탁한 옷을 입고 카드지갑에서 멤버십 카드를 꺼내는 것처럼 위장한 깨끗하고 영어 가득한 마트가.
전통시장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계속 된다. 몇몇 시장에 가면 상인의 수가 손님의 수보다 많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그 속에서 직접 과일을 고르고 상인과 잡담을 하는 손님들이 있다. 관성적으로, 아니면 사실 상인과 친구여서, 집과 가까워서 등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유독 시장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노인들이 많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과거 달력은 큼직한 글씨로 일요일은 빨간 빗금, 토요일은 파란 점묘로 표시돼 있었다. 색각이나 색약,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휴일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게 하는 작은 배려였다. 마트는 누굴 배려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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