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신·관양현대 등 광주 붕괴사고 이후에도 잇단 수주
HDC현산, 파격조건 으로 조합의 보이콧 움직임 잠재워
무리한 수주 지적…"적자만 안 나도 다행인 수준"
건설사 간 출혈경쟁 우려…중소 건설사 어려움 호소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최대 위기를 맞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재건축사업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다. 파격적 조건으로 조합의 보이콧 움직임을 잠재웠다는 평가다. 하지만 파격 혜택으로 인한 출혈수주 경쟁이 과열되면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이 지난달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7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HDC현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전체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석했으며 HDC현산은 739명(92.4%)의 표를 얻어 경쟁사인 코오롱글로벌을 압도했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달 5일 경기 안양시 평촌동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권도 따냈다. 당시 조합원들 사이에선 "아이파크를 보이콧 하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광주 학동 참사에 이어 최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HDC현산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은 HDC현산을 최종 시공사로 선택했다.
HDC현산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이달에만 두 차례 연속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HDC현산이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제시하면서 조합원의 마음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산은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 조건으로 ▲미분양 발생 시 100% 대물변제 ▲사업촉진비 가구당 5억원씩 총 4500억원 지원 ▲추가 부담금 없는 확정공사비 ▲추후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 또는 브랜드 리뉴얼 시 강북 최초 적용 등을 내세웠다.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 조건 역시 파격적이다. ▲후분양 조건으로 안양 시세 3.3㎡당 4800만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비 2조원 조달 및 이주비 지급 ▲조합원 사업 추진비로 가구당 7000만원 지급 ▲미분양 발생 시 100% 대물변제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등이다.
하지만 무리한 수주라는 지적이다.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 조건에서 3.3㎡당 분양가 4800만원 보장은 지나치다는 것. 올해 분양하는 서울 둔촌주공과 반포 원베일리의 3.3㎡당 분양가는 각각 4300만원, 5635만원 선이다. 서울도 아닌 안양의 분양가 보장액이 터무니없이 많다. 외려 조합원이 환급을 받고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이다.
또 두 재건축 지역에 적용된 미분양 시 100% 대물변제 등 각종 파격 조건은 수익성을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이런 조건은 보지 못했는데 적자만 안 나도 다행일 정도"라며 "HDC현산이 수익성을 포기하는 대신 수주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HDC현산의 파격 조건이 건설사 간 출혈수주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중소·중견 건설사의 설 자리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 위주로 재건축 수주가 이뤄질 수밖에 없어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미 재건축 시장에서는 대기업만의 '잔치'로 사업을 수주하고 있는데 파격 조건 경쟁이 심화되면 중소 건설사의 재건축 사업 수주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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