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벽돌로 쌓은 담이 한 층의 높이를 나타내 듯 단원자층 수준의 거칠기를 가진 초평탄 구리박막을 이용해 구리 산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세영 교수(부산대학교)·김영민 교수(성균관대학교)·김성곤 교수(미시시피주립대학교) 연구팀이 초평탄 구리박막을 이용해 구리의 산화 작동 원리를 이론과 실험에서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단원자층 수준의 거칠기란 벽돌로 담을 쌓듯이 박막은 원자를 하나씩 규칙적으로 쌓아 만들어지는 데, 완성된 박막 표면에 들쑥날쑥한 높이를 표면거칠기라고 일컫는다.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중견연구) 및 집단연구지원(기초연구실) 사업 등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17일 게재됐다.
기존 연구에서 초평탄면을 갖는 박막의 실현은 어려운 주제였으나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방법으로 단원자층 수준의 초평탄 구리박막을 구현해 산화가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구리를 단결정으로 성장하는 기술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구리 박막을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전무한 상황이다. 박막을 성장할 경우, 많은 낟알경계 등의 결합이나 거친 표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1조개나 되는 낟알경계 등의 결함을 완벽하게 없애고 박막을 단결정으로 성장시킴과 동시에 표면을 거칠기 0.2nm 수준으로 제어함으로써 산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표면 거칠기의 최고 수준은 1.5nm 수준이었다면 이 연구결과는 기존 기술의 약 1/8 수준의 정밀한 표면을 구현한 것이다.
또 1nm라는 표면 거칠기는 세계적으로 구현된 바 없는 매우 평평한 면이지만, 이는 원자 4층의 거칠기를 가지며 이는 원자 입장에서도 매우 거친 면이 되는데, 원자 1층의 거칠기에 도전한 것이 이 연구의 동기가 됐다.
초평탄 금소단결정 박막을 제조하기 위해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박막 성장 장치인 ASE(atomic sputtering epitaxy)는 기존 박막 성장장치를 순수 자체 기술로 개조해 초평탄 박막을 대면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또 장비 가격이 매우 경제적이어서 향후 고가의 박막성장 장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영 부산대 교수는 15일 개최된 브리핑을 통해 "우리가 개발한 장비는 5000만원대에서 500만원만 들이면 개조가 되는 수준으로 가격은 기존 제품의 1/6~1/7"이라며 "장비 업그레이드만 해도 상업적인 효과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 등을 사용해 1년간 공기 중에 노출된 초평탄 구리박막을 관측한 결과, 일반적으로 구리표면에서 관찰되는 자연 산화막은 물론이고 원자 한층 수준의 산화조차도 관찰되지 않았다.
또 산소가 구리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에너지 변화를 계산한 결과, 표면 거칠기가 두 원자 층 이상일 경우, 구리 내부로의 산소 침투가 쉽게 진행되는 반면, 완벽하게 평평한 면이거나 단원자층 일 때는 산소 침투를 위해 매우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온에서는 산화가 일어나지 않음을 밝혀졌다.
이에 더해 초평탄 박막 표면에 존재하는 산소는 산소가 존재할 수 있는 자리의 50%가 차면 더 이상 다른 산소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밀어내 산화를 억제하는 자기-조절 기능이 있음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구리의 산화 원인을 정확히 밝혔다는 점, 경제적으로는 나노회로 등에 사용되는 금을 구리 박막으로 전면 교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또 원자 한 층 수준의 박막을 성장하는 자체기술을 개발하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으며, 높은 전기 전도도를 가진 구리에 의한 금의 대체는 경제적 이점 및 장비 소형화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구리 산화의 기원을 원자수준에서 규명한 세계 최초 사례"라며 "변하지 않는 구리의 제조 가능성을 열었다"고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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