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상반기 중 중국 진출 계열사 진두지휘하던 중국HQ 청산
사드배치 보복, 중국 자국기업 육성정책, 외화유출 막기 위한 각종 규제, 유통 트렌드 변화
국내 기업 힘쓰지 못하고 탈중국
롯데그룹이 중국 헤드쿼터(HQ)를 상반기 중 청산할 예정이다. 롯데는 2017년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철수한 후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을 핵심전략지로 꼽으면서 중국 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롯데그룹을 향한 사드 보복과 중국 측의 해외기업 규제 등이 계속 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사드배치 등을 공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선되면서 앞으로 '탈중국(脫中國)'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귀환 결정)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롯데 차이나 HQ'를 청산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측은 "작년 말부터 청산을 논의했고 상반기 중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완전한 철수는 아니며 진행 중인 각 계열사 프로젝트는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청두점은 HQ 철수 후에도 계속 영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롯데가 청산하는 중국 HQ는 지난 2012년 '신중국 전략' 아래 진출한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을 위해 세웠다. 그러나 2016년부터 시작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측의 보복과 규제 등으로 많은 계열사들이 사업과 프로젝트를 중도 포기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롯데그룹의 경북 성주 골프장이 사드기지가 되면서 중국의 롯데그룹을 향한 보복이 집요했다는 후문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리쇼어링에 영향을 끼친 것에는 중국 내 자국 기업 육성정책에 따른 해외 기업 규제도 있다.
앞서, 이마트의 경우 2017년 중국 내 마트 사업을 완전철수했다. 1990년대 말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때 30여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2014년부터 매년 3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면서 결국 사업을 철수했다.
사드배치와 시기적으로는 맞물리지만, 이마트는 2011년부터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한 번에 점포 11곳을 매각하는 등 철수를 준비했다. 중국이 자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이마트 사업 정리 직전인 2016년 중국은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질 조짐이 보이자 해외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자국 기업의 해외기업과의 M&A 규제를 강화하고 해외 송금 규제 강화, 달러화 송금한도 제한 등 자본 유출 억제를 위한 조치를 대대적으로 취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해외 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 유통 트랜드 변화도 중국 진출 유통 기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2000년대 중국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유통기업 대다수는 오프라인 점포를 내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중국 유통 트렌드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빠른 속도로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오프라인 채널로 진출한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특히 '왕홍'(인플루언서)을 중심으로 한 라이브 커머스 시장과 지역 공동구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내 거대 e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도 위협을 느끼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진출 유통기업뿐 아니라 광둥성 선전의 전통 수퍼마켓인 신이자(新一佳)가 파산하고 런런러(人人樂)도 일반 점포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탈중국 기업이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500대기업 중 1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쇼어링을 고려 중인 기업이 현재 27.8%에 달한다. 2020년 5월 조사 당시에는 3.0%에 불과했다. 전경련은 "코로나19 기간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로 인한 생산차질과 물류비 증가, 미·중 갈등 장기화 등이 리쇼어링 가능성 확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탈중국 기업과 별개로 새로운 방식으로 진출하는 유통기업이 있을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중국 내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이 약화되기는 했으나 코스트코가 쏘아올린 회원제 창고형 매장이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아직 관련 분야에서는 성장 여지가 있다고 보는 탓이다.
월마트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부진으로 2016~2020년 4년간 80개 마트를 철수했는데, 회원제 매장인 샘스클럽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매장을 꾸준히 늘려가며 2020년에 5개의 신규 매장을 열었다. 2021년 6월 기준 샘스클럽은 3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은 300만 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거리 배달 대행 서비스 플랫폼 다다와의 협력을 통한 온라인 플랫폼의 퀵커머스 서비스 개시도 효자노릇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선 유세 기간 중 윤석열 당선인이 내세웠던 사드 배치 등에 대해 중국 내 여론이 매우 악화됐었다"며 "우리 기업이 아닌 타국 기업의 경우 아직 중국은 기회의 땅일 수 있지만 이웃나라로 정치, 사회 문제를 직격으로 맞는 우리로서는 새로운 진출에 더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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