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 상승에 영업이익 하락·가격 경쟁력 저하 '경고등'
협상력·자금력 부족한 中企 악영향 커…'납품단가' 이슈도
원자재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 글로벌 외교 강화등 '절실'
원자재 급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제조기업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수입 단가 상승→제조 원가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기업의 영업이익 하락과 가격 경쟁력 저하 등 약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중견기업에 비해 원자재 가격 협상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최근의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클 전망이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대기업·중견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수직적 관계에 있고, 원·하청간 납품단가 불공정 문제가 여전해 최근의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수출 중소기업도시 오른 원자재 가격을 제품값에 고스란히 전가하면 글로벌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6일 펴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요인이 국내 제조업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의 물가 상승 요인들에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기업 채산성이 낮아지고, 더 나아가선 수출 물가에도 영향을 줘 기업들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하면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요인을 ▲글로벌 공급망 교란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유동성 과잉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경우 코로나19가 서서히 지나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 증가로 산업용 수요가 증가하는데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각 나라마다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며 푼 대규모의 돈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물가 상승은 국제 원자재 값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자재인 원유는 올해 3월 기준으로 배럴당 가격이 두바이유 111.5달러, 브렌트유 110.9달러, WTI유 107.8달러를 각각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 정도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원유가는 두바이유 105.3달러, 브렌트유 106.6달러, WTI 102달러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 강성우 연구원은 "기업에선 원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영 악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아울러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에너지·자원 활용을 줄여 원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대응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더 큰 문제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중소 제조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9.6%가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2곳 중 1곳이 '원자재 수급 단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 수입 비중이 전체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고, 이 중 에너지 및 광물 비중이 70%로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원자재 수급이 수출·입 기업들의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의 가격 급등까지 더해지며 '엎친데 덮친격'인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약 10% 오르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0.8%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금속·비금속, 석탄 등 광물이 원유와 같은 에너지보다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 영업이익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면서다.
또 매출 규모가 작은 소기업일수록 원자재 값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영업 이익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언급했다.
중기연구원 송영철 연구위원은 "소규모 하청기업들은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이를 원청기업에 중간재로 납품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과정에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면서 "에너지보다 광물의 가격 상승 영향이 더 큰데 광물 가격이 약 10% 오르면 금속·비철금속제품 가공, 기계 및 장비, 운송(부품, 장비) 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2% 정도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기연구원은 원자재값 상승과 같은 공급망 위험이 추가 확산되고 장기화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측·대응을 위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 신속한 가동 및 고도화 ▲특정 국가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글로벌 경제안보 협력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중소기업 원자재 비축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영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은 조기경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원자재 수급 현황 및 예측, 대체가능 시장 정보 등을 적극 활용해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업 자체적으로 원가절감, 공동구매 확대, 생산효율화 등도 노력해야한다"면서 "아울러 정부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부작용과 구체적인 방안이 부재해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원·하청 기업간 자율적인 납품단가 조정 협의를 통해 상생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최근의 원자재값 급등에 따라 납품단가 현실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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