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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업계

[M-커버스토리] 高물가에 건설업계 ‘휘청’…“체감은 리먼 사태급”

자재값 폭등 등 물가 상승 여파로 공사현장 멈춰
공사비 증액 문제로 재건축 사업장도 공사중단
자금력 취약한 중견·중소건설사 피해 막심 전망
자금 압박 느낀 업체들 부실시공 우려도 커져

공사현장./pixabay

건설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자잿값 폭등 등 물가 상승 여파가 건설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공사 지연은 물론 공사 중단 사태(셧다운)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소·중견건설사들 사이에선 "리먼브라더스 사태급 체감"이란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자금 압박을 느낀 업체들이 부실시공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잿값 폭등에 멈춰 선 건설현장

 

자잿값 폭등은 공사 중단 사태를 낳고 있다. 실제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52개 업체는 지난 20일부터 해당 지역 내 있는 150개 건설현장을 멈추고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일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 30여곳의 현장에서 파업을 한 데 이어 두 번째 집단행동에 나선 것.

 

이들은 "건설 핵심 자재가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폭등한 데다 인건비도 올라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건설사에 계약 단가 2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통상적으로 건설업에서 자잿값 비용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골조업계의 요구를 받아줄 경우 전체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는 건설사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양측이 합의를 해도 발주처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사비를 증액하면 발주처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연쇄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김학노 철콘연합회 대표는 "물가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골조 담당 하청업체들이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인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기간 공사 중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장까지 번진 공사중단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가 결국 멈추게 됐다. 2020년 2월 착공 이후 2년2개월 만에 공사가 중단되는 것. 사진은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습./뉴시스

공사비 상승은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자잿값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공사들은 늘어난 물가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면 조합원들이 내야하는 분담금이 늘어나는 탓에 많은 조합이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분양 일정이 밀리는 등 건설사들의 사업성이 악화하고 있다.

 

심지어 공사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존주공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1만2032가구를 짓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이지만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충돌로 지난 15일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동대문구 이문1·3구역, 서초구 신반포 15차, 은평구 대조1구역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공사비 증액과 분양가 산정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다. 시공단이 공사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분양 수입이 유일하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분양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대출을 끼고 있는 시공사에선 분양 일정이 늦어지는 만큼 이자 등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 4곳의 1분기 합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0조2770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 영업이익은 7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줄었다.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나빠진 것.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잿값이 급속도로 오르면서 건설업 전반이 위축됐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시 피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정말 힘든 한 해다"라고 말했다.

 

◆"리먼 사태 때랑 똑같아요"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가혹하게 흘러가고 있다. 자재 수급 차질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는 위기 상황을 대비해 자재 수급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공급업체와 연간계약을 한다. 우선 공급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소·중견건설사는 자금력이 부족한 탓에 월간 단위나 상황에 따라 계약을 한다. 러-우 사태 등 원자재 대란 위기 상황에서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제때 자재를 공급받지 못하면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사가 지연되면 이에 따른 지체보상금도 물어내야 한다. 결국 추가적인 빚을 내서라도 더 비싼 값에 자재를 공급받아 공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인건비 상승도 위기를 더 큰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있다. 건설업은 노동집약적 특성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대한건설협회의 건설업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콘트리트공과 보통인부, 철근공 등의 일평균 단가는 전년 대비 각각 5.64%, 5.17%, 4.7% 올랐다. 이는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지난 1년간 1.98% 상승에 그친 것과 견줘 3~4배가량 오른 셈이다.

 

중소·중견건설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리먼 사태 때 줄도산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잿값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부담도 커진 데다 최근 분양 시장도 얼어 붙으면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실제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아파트가 외면을 받으면서 미분양이 확대되고 있다.

 

◆부실시공 우려도…대책 마련 필요

 

지난 6월 광주 동구 학동 아파트재개발구역 붕괴현장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금 압박을 느낀 업체들이 부실시공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현장에선 재하도급 관행이 여전하다. 하도급 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수주한 돈보다 적은 돈으로 재하도급을 주고 있다. 문제는 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재하도급사는 적자 공사를 메꾸기 위해 자재비를 줄이고 인건비 등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부실공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9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학동사고 역시 재하도급으로 공사 단가를 후려쳐진 것이 문제로 지목됐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적은 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하청업체들이 부실시공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많은 회원사가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자재 수급 불안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부처에 건의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시 건설업 전반이 위축되고, 건설경기가 침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의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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