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고통을 감수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자원의 재배분 노력을 서둘러야 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21일 취임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취임식을 갖고 "총재직에 지명되고 나서 한국 경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에게 주어진 과제는 적지 않다. 당장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도모가 시급한 상황이다. 물가와 금리를 잡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필수적이다. 적절한 통화정책 속도 조절도 주요 과제로 손꼽힌다.
이날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trade-off)가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고 있기에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정책을 운용해야 할 때다. 합의제 의결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모든 위원과 함께 항상 최선을 다해 최적의 정책을 결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금융 정책을 넘어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개개인의 전문성 공유 ▲정부를 비롯한 전문가 등 외부와의 소통 ▲국제사회에서의 활발한 소통 등 3가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국제통화기금(IMF) 근무 당시를 회상하며 각자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이 총재는 "IMF에 근무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어떤 이슈이든 그 분야의 전문가를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개개인이 전문성을 공유하면 IMF 조직 자체의 전문성도 높아지는 것을 보았다"라며 "한은 직원으로서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여러분 모두가 각자 맡은 분야의 대표선수가 되자"라고 주문했다. 이어 "각자 자부심을 갖고,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서로를 가르쳐주면 시너지를 통해 우리의 무한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연구성과를 책상 서랍 안에만 넣어 두어서는 안 된다"라며 "오히려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부와, 시장과 또 민간기관과 건설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외부와의 소통의 울타리를 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라며 "문제를 종합적(comprehensive)으로 살펴보고, 조화(consistent)와 협력(coordinated) 속에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부와의 소통 강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독립성 저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한은의 위상을 높여갈 것도 기대했다. 이미 한은의 경험과 연구성과를 해외와 공유하고, 글로벌 아젠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지금 국제사회는 디지털·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속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와 녹색금융(green finance) 등 새로운 글로벌 이슈가 현안이 됐다"라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경우, 이에 따른 제반 환경변화가 공공 지급결제 인프라와 통화정책의 유효성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우리의 생존 문제라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건강상 큰 어려움을 겪었다. 총재직은 주어진 두 번째 삶을 의미 있게 사용할 소중한 기회라 생각한다"라며 "훗날 지금을 되돌아보며 한은이 한국 경제를 전환점에서 올바른 길로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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