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합병을 두고 오너 일가와 주주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합병안들은 대부분 승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진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SK C&C와 SK 간 합병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중간 지주가 역할을 해온 동원산업과 합병한다. 지난 2001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21년 만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번 합병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동원산업에 흡수돼 동원산업이 지주회사가 된다.
문제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높게, 동원산업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했다는 점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기반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했지만, 동원산업은 자산가치에 못 미치는 최근 주가로 합병가액을 정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너 일가만 이득을 얻고, 일반 소액주주는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블래쉬자산운용, 이언투자자문, 타이거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도 동원산업의 순자산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동원그룹이 이번 합병을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동원산업의 주가는 낮게 유지, 동원시스템즈 주가는 올리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이례적으로 애널리스트의 비판 리포트까지 나왔다. 지난 20일 유안타증권은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비율에 대한 적정성 점검'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번 합병을 원치 않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원그룹이 제시한 가격(23만8186원)이 합병 공시 직전 주가(26만5000원)보다 낮다. 일반 주주를 가치 대비 헐값에 쫓아내는 격이다. 일반 주주들은 사측에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을 계속해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동원그룹의 자발적인 시정이 없다면 오는 5월 초 소송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참치통조림 불매 운동까지 나서겠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하기 위해 합병 비율을 왜곡하는 것은 주주 가치 제고에 역행한다.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자 국내 증시 상승 제약 요소가 된다.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장치와 이사 선관주의 의무 등 관련 절차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