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확기 쌀 수급안정을 위해 쌀 45만 톤 시장격리에 공공비축미 45만 톤을 추가 매입키로 했다. 본격 수확기까지 기상 상황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달 중순 산지 쌀값 등에 따라 필요 시 추가 조치도 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시장격리가 쌀 생산량 확대에 따라 가격이 급락하고 그로 인한 농가 수입 감소 해법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수급조절 기능이 약화하면서 매년 1조 이상의 재정부담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일 올해 수확기 쌀 수급 안정을 위한 양곡수급안정위원회 협의를 거쳐 올해 수확기 쌀 45만톤 시장격리를 포함해 수확기 농가 벼 출하 지원, 재해로 인한 피해지원 등을 담은 '수확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5일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총 45만 톤의 쌀을 시장 격리키로 했으며, 이후 양곡수급안정위원회 협의를 거쳐 시장격리를 포함해 산지유통업체 벼 매입자금 지원 등에 3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정부가 올해 수확기 매입하는 쌀은 90만 톤으로 올해 살 예상 생산량의 23.3%에 달할 전망이다. 그간 수확기 시장에서 격리되는 비율이 8.3~18.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약 두 배 수준에 이른다.
정부는 다만, 본격 수확기까지 기상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수확기 산지 쌀값 등에 따라 추가 조치를 마련키로 함에 따라, 올해 작황이 평년보다 좋고 쌀 소비량 감소추세까지 감안하면 추가적인 시장격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쌀 과잉 공급때마다 시장격리를 하는 등 정부 개입이 이어질 경우 수급 조절 기능이 약화되고 초과생산량 규모가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재정 소요액 또한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온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내놓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과잉 생산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도입될 경우 쌀 과잉 생산이 확대되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조443억원의 재정수요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벼 재배농가가 시장격리 의무화 시 수확기 수취 가격의 불안정성이 낮아져 소득 안정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봤다. 하지만 쌀 가격안정에 따른 수급 조절 기능 약화로 벼 재배면적 감소폭이 둔화되고 초과생산량 규모는 2022~2030년 기간 중 연평균 46만8000톤으로 베이스라인 전망치(정책 개입 없을 경우) 대비 13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벼 재배농가 측면에서는 수확기 가격 불안정성이 낮아져 소득 변동에 대한 위험도가 줄어드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반면,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 약화로 과잉 생산량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재정 부담이 증가하며, 타작물 전환 정책에 대한 농가의 참여 유인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초과생산량 증가로 시장격리 이행에 따른 재정 소요액은 이 기간 중 연평균 1조443억원으로 전망되며,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도입 시 쌀 수급 전망과 향후 재정 변화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풍작에 따른 과잉 발생 또는 민간재고 누적 등에 따른 급격한 쌀 가격 하락 시에는 시장격리 등의 정책 개입이 필요하나 농업인의 면적 감축 노력 등이 배제된다면 정부 재정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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