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착취 개념 정착 위해 정부가 직접 인식 개선 나서야
'친족간 금융착취 비율 70%' 보이스피싱, 불완전 판매보다 높아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노인대상 금융피해, 금융 착취 등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금융피해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방안 수립이 필요합니다."
윤덕홍 (사)시니어금융협의회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 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노인 대상 금융사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관련 사각지대를 해소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은 윤 회장의 환영사로 시작했다. 이어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과 이규복 선임연구위원의 주제발표가 이뤄졌으며 김성숙 계명대학교 교수, 노태석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 오화세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정책과장 등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했다.
정운영 의장은 '고령의 금융착취 예방과 실행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의장은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연금에 의존하는 노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노인 금융착취에 관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노인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할수록 관련 금융사기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노인학대와 노인대상 금융착취 비율은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 금융착취는 단순 학대보다 적발하기 어렵다. 실제로 '2020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경제적 학대를 경험한 노인의 수는 2만5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신고 건수는 단 431건으로 1.7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착취에 관한 시민들의 인식이 부족한 점 또한 꼬집었다. 정 의장은 "착취와 학대 개념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또한 친족에 의한 금융착취는 처벌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가족에 의한 금융착취를 적극적으로 처벌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연금과 재산을 노리는 등 가족에 의한 금융착취가 70% 이상을 차지고 있으며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와 보이스피싱 등의 사기 행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복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자 금융피해유형 및 피해방지를 위한 쟁점과 대응'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이 위원은 "노인금융 착취 적용대상의 범위를 넓게 잡기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고령층 금융착취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당 재산 착취 및 보이스피싱 등 의심거래를 적발할 시 즉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인들의 소비 패턴을 자료화하는 것 또한 예방에 도움을 준다. 평소와 다른 신호를 감지했을 때 출금 지연 등 자산 보호 조치에 즉각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권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이 항시 금융사기를 대비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지력이 떨어지는 고령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시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통해 판매행위를 이어가야 한다는 해석이다. 영국의 경우 대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노인 대상 금융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 규제 방안을 도입했다.
기조 발제 이후에는 업계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뤄졌다.
전문가 토론에 참여한 민진암 약수 노인종합복지관 관장은 "통계를 보면 금융착취 비중이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선에 있는 당사자로써 적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수 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가족에 의한 금융착취가 의심되는 상황을 적발했다. 그러나 가족에 의한 착취 행위를 의심만으로 신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었다.
노태석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은 "고령층 대상 금융피해에 관한 방지대책에 요구되는 이유는 발생이 쉽다는 점도 있지만 노후 대책이 통째로 무너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고 시사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 성년후견제도 등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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