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사들이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생존을 위해 신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철강은 대부분의 산업에 기초 소재로 공급되며 '산업의 쌀'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업황 회복이 늦어지면서 철강사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 의존도를 낮추고 2차전지와 전기차 특수강 등으로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新 성장동력 위한 벤처캐피털(CVC) 설립
국내 철강업계는 대형화·효율화되고 있는 중국 철강사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철강을 비롯해 성장 동력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환경 규제 도입을 앞두고 탄소 발생이 많은 철강 이외에도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3월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면서 포스코기술투자도 기존 VC에서 CVC로의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지난 1997년 설립한 '포스코기술투자'의 현재 운용자산(AUM) 규모는 2조원, 투자 포트폴리오는 150여개에 달한다. 포스코기술투자는 앞으로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7대 사업 분야에 전략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그룹도 올해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소재와 부품, 장비 등 미래사업 육성 준비에 한창이다. 지주사가 신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CVC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으로의 인적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지주사인 동국홀딩스 산하에 CVC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동국홀딩스는 철강, 소부장 시너지 사업 발굴 후, IT·물류 등 그룹 연관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다. CVC를 통해 환경, 바이오 등 유망 분야 진출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주력인 철강분야에서도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친환경 전기로 고도화에 힘쓸 예정이다.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신기술사업 투자를 위해 자회사 '세아기술투자'를 설립했다. 출자금액은 110억원이며, 디지털 전환(DT), 로봇 자동촤, 친환경 기술 등 미래 제조업 관련 분야에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아기술투자는 올해 1월 금융감독원에 CVC 등록을 했으며, 3월에는 신기술사업금융업(신가사) 라이센스를 받았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정기 주총에서 "철강 사업과 시너지를 높을 수 있는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고 물류와 IT 등에서도 그룹의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라며 "CVC를 설립해 미래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수종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체질개선 가속화
철강업계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함께 기존 철강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5년간 친환경 중심으로 사업 체질개선, 지주사 체제 전환 등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그룹 사업의 포트폴리오 혁신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5년간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등 6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8년 7월 35조2000억원에서 올 7월24일 기준 115조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특히 그룹 내 친환경 미래소재 사업을 선도하는 포스코퓨처엠이 14배(2조9000억원 → 42조원),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5배(2조3000억원 → 11조6000억원) 성장했고, 대부분 그룹사들도 5배 넘게 올랐다.
포스코그룹의 2차 전지 사업의 경우 포스코홀딩스가 원료인 광물을 조달하고 포스코퓨처엠이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현재는 리튬, 니켈 등 광물 조달부터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까지 그룹 전반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양극재, 음극재 밸류체인을 구축해 사업 확대에 나선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를 양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세종과 포항에서 생산하는 천연·인조 흑연 음극재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32만톤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양극재 사업도 2027년 '니켈-전구체-양극재'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무역(철강·화학·에너지자원 등)과 해외자원 개발, 제조(섬유, 면사 등) 등에서 에너지 영역 사업을 확대하며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1월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해 민자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현대제철은 신사업으로 자동차용 소재 개발에 집중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2.6% 이상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소재를 앞세운다. 전기차 소재는 '고강도·경량화' 2가지 특징을 모두 갖춰야 한다.
현대제철은 차량 경량화에 특화된 전기차용 '핫스탬핑강', 전기차 모터에 적용되는 고성능 특수강, 기존보다 내구성을 2배 이상 높인 스테빌라이저바 소재 등을 전면에 내세워 전기차 소재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 특히 현대제철이 독자개발한 '하이큐브' 기술은 미래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동국제강은 철강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신사업 발굴과 육성 과정에서 지주사로서 동국홀딩스는 전략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소재와 부품, 장비 등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춘 투자처 모색을 담당한다. 동국제강은 철강과 연계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의 신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자동차 산업 소재 분야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특수강 활용 부품과 특수 철판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력 충원과 소재 확보 등 인프라를 마련해 신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신설 냉연 사업회사 동국씨엠은 'DK 컬러 비전 2030'을 추진해 컬러 강판 사업 분야에서의 초격차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컬러 강판 관련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 '2050탄소중립'
국내 산업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인 철강업계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저탄소 제품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서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8.9% 감소한 9300만톤을 기록했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지난해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이 전년 대비 830만톤 감소한 7018만6000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포스코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 기준연도(2017~2019년) 평균 배출량인 7880만톤보다 10.9% 줄어든 수치다.
현대제철과 동국홀딩스는 지난해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이 전년 대비 조금씩 줄이는데 만족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2850만1000톤으로 전년 2848만9000톤보다 감소했다, 동국홀딩스도 지난해 187만8000톤을 배출하며 전년 동기 배출량 187만7000톤에서 조금 낮추는데 만족해야했다.
철강업계는 탄소국정조정제도 등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에 대응해 무탄소 철강 생산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를 환원재로 사용하는 하이렉스 공법을 2030년까지 개발 후 2050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의 기존 고로를 '하이렉스'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 '하이큐브'를 구축해 집중하고 있다. 높은 품질의 저탄소 고급 강재를 생산,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저탄소 고급판재 생산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 전기로 1.0GPa급 저탄소 판재인 '프로토타입'도 개발한 상태다.
동국제강도 탄소 배출이 적은 '하이퍼 전기로' 연구 등을 통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보다 10%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퍼 전기로는 기존 전기로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로다. 철 스크랩 예열과 장입 방식을 개선해 국내 최초 친환경 전기로인 '에코아크 전기로'의 전력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김학동 포스코그룹 부회장은 "철강산업은 전통적인 굴뚝산업, 탄소 다배출 산업이라는 한계를 넘을 것"이라며 "포스코는 앞으로 다양한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업(業)의 진화를 이끌어 미래 철강산업의 블루오션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 더디게 회복되면서 철강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단순히 철강 만으로 생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전환의 경우 투자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