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시장이 새로운 성장기에 접어들 조짐이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둔 가운데, 중고차와 렌터카 업체들이 새로운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다음달부터 인증 중고차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경기도 용인과 경남 양산에 중고차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등 준비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19년 중고차가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이후 꾸준히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관련 업계 의견을 반영해 오랜 유예 기간도 거쳤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를 파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수입차 업계는 대부분 '인증 중고차'라는 이름으로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KG모빌리티도 최근 중고차 사업을 추진하다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일시정지 권고를 받은 상태다. 이미 KG모빌리티보다 규모가 큰 수입차 업계도 무리 없이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막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사업을 하는 이유는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와 품질 관리 차원이라는 게 중론이다. 상품성과는 다른 이유로 지나치게 '감가'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중고차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공급해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5년, 10만km 이내 중고차만 취급할 예정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준으로 인증 중고차를 매입하고 있다. 판매 규모도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인증중고차가 마케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때문에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체 실적을 높이기보다는 중고차 시장 전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하나증권은 '모빌리티, 시장 재편의 기회를 보자'는 보고서를 통해 중고차 시장이 연간 7% 고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고차 공급이 늘어나는데다가, 소비자 신뢰를 높이면서 수요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카와 새로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는 롯데렌탈을 관심종목으로 지목하고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도 경쟁력 제고하며 기회를 선점하려는 모습이다. 리본카를 운영하는 오토플러스는 당초 현대차 중고차를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차종을 대폭 확대하고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공장에 대해 글로벌 인증을 받는 등 품질을 차별화했다. 다른 중고차 업계와 함께 라이브 쇼핑 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확대된 비대면 수요를 위한 전략도 이어간다.
중고차 업계가 모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도 신뢰 회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혔다. 2017년부터 운영한 실매물 중고차 플랫폼 '코리아카마켓' 알리기에 나선 가운데 장마철에는 침수차를 피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등 소통 노력도 지속 중이다.
중고차 성장은 렌터카로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렌터카 업체가 중고차 주요 공급처이기도 하지만, 중고차와 같이 신차의 대안이라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중고차를 장기로 렌트하는 상품들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렌트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중고차를 미리 타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렌터카가 업계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이용 중 즉시 인수할 수 있는 '타고바이' 서비스로 리더십을 지키고 있다.
중고차 시장 확대에 차량을 매각하려는 소비자들 편의도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간 중고차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매입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미 중고차 해외 수출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현상은 현실화됐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소비자가 이득을 볼 수 밖에 없다"며 "대기업이 직접 중고차를 판매하는게 부담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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