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를 전신으로 하는 위니아전자가 몰락 기로에 섰다. 최근까지도 '탱크주의' 명맥을 지키며 도전정신을 이어갔지만, 잇딴 악재로 회생조차 불투명해졌다.
위니아전자 노동조합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임금 체불 해결을 호소했다.
위니아전자와 위니아딤채(현 위니아) 노조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에 체불된 금액이 553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위니아전자 박현철 대표가 구속 수감되긴 했지만, 해결을 위해서는 그룹 오너인 박영우 회장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해야한다고 요구했다.
◆ 딤채와 재도약 꿈꾼 대우전자
위니아전자는 대우전자를 전신으로 한다. 대우그룹 해체 후 우여곡절을 겪어 2013년 동부그룹(현 DB그룹)에 인수됐다가, 경영난으로 2018년 대유위니아그룹에 다시 인수됐다.
위니아전자(대우전자)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대우 브랜드를 앞세워 냉장고 브랜드 '클라쎄'와 소형세탁기 '미니'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다만 모기업 지원 부족과 전략 부재 등 문제로 그렇다할 재기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던 상황, 김치냉장고 딤채로 이름이 높은 대유위니아그룹에 합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대우전자 인수 후 효율성을 끌어올리며 가전3사로 도약을 꿈꿨다. 연구개발조직을 합치고 서비스센터를 일원화하며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대우전자 해외 판매망을 활용해 위니아를 고급 브랜드로 정착시키고, 국내에서는 위니아를 앞세워 대우전자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도 성과가 컸다.
2019년 대유위니아그룹은 대우전자와 위니아전자를 앞세워 2025년에 50대 그룹사에 편입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대유위니아그룹이 대우전자에 얼마나 기대를 걸었는지를 짐작할만한 대목이다.
◆ 이름 뺏기고 몰락으로
문제는 2019년 말에 일어났다. 대우 브랜드를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계약 만료를 결정한 것. 대우전자가 상표권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우전자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표권 이용료를 인상했다고 반발하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스코인터는 2019년 말일자로 '재계약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통보하고 해외 업체들과 접촉을 시작했다. 결국 대우전자는 2020년 6월 이후로 이름을 잃어버렸다.
포스코인터는 2021년 5월, 튀르키예 가전 업체인 베스텔과 대우 브랜드 사용권 계약을 체결했다. 브랜드 로열티 수익이 2019년 57억원에서 2020년 49억원, 베스텔과 계약한 2021년에는 6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91억원을 거둔 것을 미뤄 짐작해보면, 대우 브랜드를 위니아전자보다 연간 20억원에서 30억원 정도를 더 받고 해외 업체와 계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전자는 이름을 뺏김과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 폭탄까지 맞았다. 전세계 가전 시장이 완전히 쪼그라들면서 2021년에는 무려 17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전업계와 시너지를 기대하며 추진했던 남양유업 인수도 불발됐다.
2022년에는 포스코인터에 상표권 사용 협조를 소홀히하고 브랜드 가치를 추락시켰다며 소송을 냈지만, 결국은 패소하면서 작은 불씨도 꺼졌다. 법원은 포스코인터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대우전자에 손해를 끼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대우전자는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400여명 임금과 퇴직금 302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대유위니아그룹 박영유 회장 조카인 박현철 대표가 구속되기까지 했다.
충격은 대유위니아그룹사 전체로도 번졌다. 대우전자를 지원하기 위해 그룹내에서 자금을 융통하다가 위니아 등 일부 계열사로도 자금난이 번졌다. 결국 위니아도 일부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그룹이 몰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해외에서 인지도를 지키는 이유는 한국산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이미 몰락한 그룹사이고 사라져가는 이름이긴 하지만, 국내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 새주인 만날까
대유위니아그룹은 전자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전력을 쏟아왔다. 지난 5월 대유에이텍이 위니아에 140억원 채무보증을 섰고, 최근에는 박영유 회장이 위니아 지분 90억원 규모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위니아와 위니아전자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니아전자만 봐도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로 공시를 하지 않았는데, 일각에서는 영업 손실 규모를 1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수백억원대를 지원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얘기다.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자는 "위니아전자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지원하다가 위니아에서도 일부 임금을 지연해 지급하기도 했다"라며 "체불 임금 규모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번져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이 위니아와 위니아전자를 매각할 수 밖에 없다고 추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유위니아그룹이 최근 들어 모태기업인 대유에이텍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재기를 노리는 상황, 전자 계열사를 살리다가는 자칫 그룹사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대유위니아그룹은 일부 지배구조 개편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대유에이텍을 중심으로 대유합금과 대유에이피 등 자동차 계열사를 수직 계열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니아와 위니아전자는 세계 최고 양대 가전사가 지키는 국내 시장에서 꿋꿋하게 3위를 지켜왔던 브랜드"라며 "좋은 기회를 찾아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