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조지아)=나유리 기자】"6개월 뒤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수 있었던 3가지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 4월까지 했던 논의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가 열리고 있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예상과 달리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늦춰지고, 우리나라 성장률은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난달 했던 논의가 5월 통화정책방향의 근거로 사용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4월과 다른 5월
이날 이 총재는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 때와 달리 크게 3가지 상황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졌다. 앞서 연준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3차례 금리인하를 예고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도달하기까지 멀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총재는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 때만 해도 미국이 피봇(Pivot·통화정책방향전환)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다"며 "다만 현 상황은 미국의 경기가 견조하고,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어, 금리인하시기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국내성장률(GDP)도 올랐다.
이 총재는 "수출은 좋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수가 예상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왔다"며 "한국은행 입장에서 놓친 것은 없는지, 놓친 것이 일시적 것인지, 예상보다 길게 갈 수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분쟁으로 국제유가 등 변동성도 커졌다. 이 총재는 "중동 분쟁이 악화되면서 유가가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면이 있었다"며 "이 경우 환율변동성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얼마나 안정될 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통화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문구를 '충분히 지속하겠다'로 바꾸었다. 통화정책방향을 단기간내 바꿀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 총재는 "3가지 상황을 통해 앞으로 우리의 통화정책에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확인해 나가겠다"며 "금융통화위원과도 충분히 논의해 앞으로의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
이 밖에도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해 1.4% 성장했는데, 올해 1분기 1.3% 성장했다"며 "직관적으로 보면 지난해 한해 성장한 것을 1분기 안에 한 것이기 때문에 전망치 상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 상향 전망했다.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p) 오른 수준이다. 기존 2.1%를 제시한 한은도 기존 전망을 상향할 것이란 분석이다.
장기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구조개혁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개혁없이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2% 이상의 잠재성장률을 갖을 수 있도록 5~10년에 걸쳐 구조개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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