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와 노사 갈등 등의 잇따른 악재로 실적 반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을 이끄는 금속노조의 '큰형님' 격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반면 역대급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산업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종 특성상 공장 근로자가 많은 제조업계는 생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현실가능성이 적다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상여금 900% 인상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담은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는 지난 8일과 9일 진행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회사 측에 요구안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요구안은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컨베이어 수당 최고 20만원으로 인상 등을 담았다. 별도 요구안으로는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이 있다.
또 신규 정규직 충원, 신사업 유치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 상여금 900% 인상, 사회공헌 기금 마련 등이다. 노조는 국내공장에서 생산하던 차종이 단종되면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역수입하는 것 금지, 해외공장 생산 차종을 노조와 논의 후 결정,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체계 구축 등도 요구했다. 노사는 이달 23일쯤 상견례하고 올해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한 것은 결국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생산량 확대를 위해서는 시간 외 수당 증가 등으로 회사의 부담은 가중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요 감소로 연간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삼성전자는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와 임금조정 협의를 통해 올해 기본 인상률 3.0%, 성과 인상률 2.1% 등 5.1%의 평균 임금인상률에 합의했다. 지난해(4.1%)보다 1.0%p 인상됐다. 올해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의 약 2배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로, 삼성전자는 매년 노조 협상과 별개로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해왔다.
전삼노는 노사협의회와의 임금인상 합의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금인상률 6.5%, 특별성과급 200% 등 기존 요구안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난해 유례없는 반도체 업황 침체로 실적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체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85% 급감한 6조567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 많은 임금을 달라며 쟁의에 나선 노조의 행보가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다.
오랜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임단협 시즌을 앞두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노조는 최근 친환경 고부가 선박 수주로 호황기을 맞은 만큼 기본급 인상과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HD현대 조선 3사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 인상, 정년연장·임금피크제 폐지, 공동교섭 개최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요구안을 마련했다. 특히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이익에 따른 추가 성과급을 3사 직원들에게 공동 분배해야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한화오션 노조도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및 제도개선, 신입사원 채용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삼성중공업은 두 조선사 대비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이지만 지난해 창립 50년 만에 현장직 노조가 출범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장직 노조는 그동안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협상을 벌였지만 올해는 각자 교섭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민주노총 가입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업계는 이제 막 이익을 거두기 시작한 시점이라 비용을 늘리는 것을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생산성이 선진국가에 비해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현장 생산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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