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원·엔 환율, 100엔당 '929.22원'…한 달 만에 80원 올라 930원 '목전'
일본은행, 4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단행…미 연준 '빅스텝 인하' 전망도
미·일 금리차 축소에 '엔 캐리 청산' 우려…전문가들, "여파 크지 않을 것"
지난 7월 초 100엔당 850원대에 머무르던 원·엔 환율이 빠르게 반등해 930원을 목전에 뒀다. 일본은행(BOJ)이 시장의 예측을 뒤엎고 4개월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엔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 중이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엔화발(發)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하는 '엔 캐리 청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일 원·엔 환율은 전일보다 9.22원(1.01%) 오른 919.93원에 오후 거래(오후 3시 30분 종가)를 마쳤다. 원·엔 환율은 야간 거래(오전 2시 종가)에서도 상승을 이어가며 100엔당 929.22원에 거래를 마쳐 930원을 목전에 뒀다.
지난 7월 초 100엔당 850원대에 머물렀던 원·엔 환율이 한 달 만에 80원 가까이 상승한 것.
또한 같은 기간 36년 6개월 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62엔 수준까지 올랐던(엔화 가치 하락) 달러·엔 환율도 지난 2일(현지시간) 146.60엔까지 내려(엔화 가치 상승), 엔화 강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말 개최된 금융정책회의에서 시장의 예측보다 앞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엔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7월에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회의 직후 기존 연 0~0.1%인 기준금리를 연 0.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기록한 연 0.3%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융정책회의 직후 인터뷰에서 "경제 물가가 우리의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나갈 생각"이라며 "0.5%를 벽으로 보는지 묻는다면,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번에 0.5%포인트(p)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엔화 가치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 7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이 11만400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8만5000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같은 기간 실업률도 전월보다 0.2%p 오른 4.3%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미·일 금리차가 당초 예측보다 빠르게 축소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엔 캐리 청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엔 캐리'는 금리가 낮은 일본 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다른 시장에 투자하는 투자 방법이다. 일본 내 금리가 상승하면 '엔 캐리'의 수요가 약해지고, 자금이 이탈해 주가가 하락하는 '엔 캐리 청산'이 발생한다.
교보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했던 지난 2002년, 2008년, 2016년, 2020년에 코스피는 각각 -15.9%, -50.3%, -10.6%, -35.7%의 하락을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축소됐고, 국내에 체류 중인 엔 캐리 자금 규모도 크지 않아 국내 증권 시장에 '엔 캐리 청산'의 여파가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으로 환류 가능한 국내 엔 캐리 자금 규모는 총 38조7000억엔으로,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0.6%에 불과하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국가부채 비율 등으로 일본 엔화의 지위가 예전과 같지 않다"라며 "안전자산 선호, 고금리 신흥국 이탈 등과 맞물린 과거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시나리오는 재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국내에 유입된 (엔 캐리) 금액은 많지 않으나 위기 상황에서 엔 캐리 청산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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