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알리·테무 이용약관 심사, 47개 불공정약관 시정
중국의 e커머스업체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에 입점업체나 이용자들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가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거나, 이용자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수집하고, 민사소송제기 금지, 재판받을 권리 포기 조항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이같은 내용의 불공정약관 총 13개 유형 47개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두 플랫폼 사업자 이용약관을 들여다 본 이유는 최근 해외직접구매가 크게 증가하며 위해물품 유입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해외직구 국가별 점유율은 그간 미국이 가장 높았으나, 작년엔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8.7%로 가장 높아졌고 거래규모도 3.3조원으로 미국(1.9조원)을 크게 따돌린 상태다. 중국계 e커머스 국내 사용자는 현재 대략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올해 10월 기준 알리는 904만명, 테무는 679만명으로 G마켓(528만명)을 크게 앞지른 상태다.
불공정약관으로 지목된 조항은 알리는 16개, 테무는 31개였다.
우선 통신판매중개업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거나 약관을 위반해 플랫폼이 조치를 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이 다수 있었고, 플랫폼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도 있었다.
알리 이용약관을 보면, '플랫폼 이용 구매자와 판매자는 사이트 거래 대상이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기타 후속 행위에서 발생하거나 관련된 모든 종류의 책임 또는 피해에 대한 위험을 전적으로 감수해야 한다'고 돼 있다. 테무 이용약관도 '당사는 테무 사용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 책임과도 무관하다. 사용자와 다른 사용자 또는 제3자와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는 이에 관여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수집하는 조항,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를 비롯해 그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사업자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이라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 관할을 각각 홍콩과 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했고,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게 한 조항, 사전 통지 없이 서비스 변경 또는 중단 조항, 이용자 정보 공개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중재를 강제하는 조항 등이 있었다.
이에 알리·테무는 공정위가 지목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삭제하거나, 시정조치했다. 고의·(중)과실 범위 내에서 플랫폼이 책임을 부담하고, 한국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했고,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 발생 시 연락할 수 있는 경로를 명시하기로 했다.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도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이용자가 제공한 콘텐츠 처분 권리를 명시하며, 분쟁 발생시 한국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알리·테무는 이 사건 심사 전까지만해도 한국어 약관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가, 사건 심사 과정에서 지난 5월 한국어 약관을 마련해 게재했다"며 "연중 최대 쇼핑·해외직구 집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해외직구 이용 국민의 권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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