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에도 대학가엔 인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17년만이다. 서강대·국민대가 앞서서 인상안을 확정하자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퍼스트펭귄'이라며 찬사하는 분위기마저 조성됐다. 18년 전 기자의 마지막 학기 등록금과,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조카의 첫 등록금 액수는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니 대학의 '반기'에 이견을 내기 쉽지 않다.
오랫동안 동결된 등록금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재정은 악화일로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연구개발(R&D) 투자는 고사하고 고급 인재를 교수로 영입하는 것도 버거운 처지다. 기업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임금 수준으로, 고급 연구자들은 대학 아닌 기업으로 눈 돌린지 오래다. 첨단 분야 교육을 위한 기반 시설 확보도 쉽지 않다.
그러면서 대학 경쟁력은 매년 추락하고 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THE가 발표한 2025 세계 대학 순위에 따르면, 서울대는 세계 62위에 그쳤다. 2015년 50위에서 10년 사이 12계단 추락했다. KAIST도 같은 기간 52위에서 82위로 30계단 하락했다. 한국이 등록금 동결 등 규제 중심 정책을 펴는 사이 대학이 자생 능력을 잃고 있는 셈이다.
세계의 주요 대학은 고등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도쿄대 등 일본 주요 대학은 최대 20% 인상 계획이다. 영국 대학들은 평균 3.03%를, 미국도 평균 5.2% 이상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배경으로 '재정위기 극복','국제경쟁력 제고', '교육 및 연구 비용 상승 대응'등 복합적인 요인을 들고 있다.
교육 당국은 여전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대학의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건비 집행 한도를 25%에서 30%로 상향할 예정이다. 사실상 일반재정지원사업의 사업비 용도 제한 완화는 재정난을 호소하던 대학들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 완화를 '등록금 동결' 조건부로 하면서 그 의미는 퇴색됐다. 대학이 규제 완화를 원하는 건 자율 혁신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 또한 교육 질 향상과 혁신을 위한다는 점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건 '조삼모사(調三暮四)'에 그친 제안이다.
등록금 동결이 대학 재정난으로 이어지면 경쟁력이 악화되는 악순환은 끊을 수 없다. 대학의 인건비가 부족한 것은 자명하지만, 이는 '조건부' 재정 집행 자율성 확대가 아닌 재정 확충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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