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오는 16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이 맞붙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수주전이 막바지로 접어 들면서 각 사가 강점을 강조하며 물밑 경쟁이 뜨겁다. 은행주공은 지하 6층~지상 30층, 39개동, 총 3198세대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 포스코이앤씨, 특화설계 적용
포스코이앤씨는 3.3㎡(평)당 공사비로 698만원을 제안했다. 기존 계약이 해지된 시공사가 제시한 715만원보다 낮다. 조합 사업비의 한도를 8900억원으로 설정하고 그 중 2400억원을 무이자로 조달해 조합의 재정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발코니 옵션 수익과 철거 부산물 판매 수익도 조합에 귀속된다. 조합에 주어진 구조심의 및 굴토심의 등을 위한 인허가 절차와 비용까지 지원한다. 공사비 검증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815장의 입찰내역서와 419장의 특화 설계도면을 제출했다.
단지명은 '더샵마스터뷰'다. 조망형 이중창 등에 수입산 고급 마감재를 사용하고 단지 내 단차를 활용한 완만한 경사로 '그랜드슬롭(GRAND SLOPE)'과 같은 특화 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기 위한 금융 솔루션과 경관의 가치를 더하는 '그랜드슬롭'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조합원들에게 단순한 주거 공간의 재정비를 넘어 지역사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두산건설, 공사비↓·공사기간↓
두산건설은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더제니스(The Zenith)'를 제안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공사비로는 평당 635만원을 제시했다. 회사의 이윤을 조합의 이익으로 환원해 조합의 분담금을 경감시킨다는 계획이다.
계약일로부터 2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해 반영하지 않고 실착공 이후 공사비를 고정해 공사비 상승에 대한 조합의 걱정을 덜 예정이다. 조합의 빠른 입주를 위해 사업시행인가 변경 없이 사업을 추진해 공사 기간은 51개월로 제시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조합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며 "'The Zenith'를 바탕으로 고품격 주거시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수주 경쟁 속 '신경전'
입찰 과정에서는 잡음이 일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3일 '두산건설 허위사실 정정 요청의 건'이란 공문을 조합에 제출했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두산건설이 1월 18일 열린 1차 합동설명회에서 자사 임원이 '저희 두산그룹의 기업가치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두산건설이 2021년 사모펀드 큐캐피탈에 인수되면서 두산그룹과는 별개의 회사가 됐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들이 두산건설이 여전히 두산그룹 소속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산건설이 입찰 내역서에 '제니스급 마감재'를 사용하겠다고 써넣은 점도 논란이 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제니스급 마감재라는 표현이 모호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자재를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두산건설 측은 "제니스급 마감재의 경우 내규가 있기 때문에 변동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 조합원들의 선택 기준은?
이번 은행주공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두고 최근 한남4구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남4구역에서 현대건설은 초반 수주전에서 '현대백화점 입점'을 조합원들에게 약속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 계획을 철회하면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반면 삼성물산은 현실적인 사업 계획과 기존에 지켜온 신뢰를 바탕으로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은행주공 재건축에서도 단순히 '공사비'만 고려할 게 아닌 제안된 설계안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지, 신뢰할 만한 회사인지가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이 향후 수도권 정비사업 시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선정될 경우 프리미엄 전략이 다시금 주목받으며 향후 수도권 재건축 시장에서도 '브랜드 고급화'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건설이 최종 시공사로 결정된다면 실속형 공사비 전략이 조합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점이 확인될 전망이다.
오는 16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최종 시공사가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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