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가 윤동주 순국 80주기를 앞두고 윤동주의 친필 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지켜내 시인으로 소환한 망덕포구의 정병욱 가옥 방문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오는 16일은 윤동주가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1945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절명한 순국 80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난해 광복절, 보훈부가 공개한 일본 국립공문서관의 '치안보고록'에 따르면 윤동주는 1943년 7월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사건' 혐의로 검거돼 같은 해 12월 6일 미결수로 교토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1944년 3월 31일, 조선의 독립과 민족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이듬해인 1945년 2월 16일 순국했다.
광양에는 우리 말과 글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시대 상황으로 시집 출간이 좌절된 윤동주가 손수 묶은 친필 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보존한 정병욱 가옥이 있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 전 세계가 전쟁의 늪에 빠져든 1941년 겨울, 연희전문 졸업을 앞둔 윤동주는 지금까지 쓴 시 노트를 꺼내 졸업 기념 시집에 넣을 시들을 정리했다. 그중 열여덟 편의 시를 고르고 서시를 붙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3부를 엮어 한 부는 자신이 갖고 한 부는 이양하 지도교수에게 드렸다.
나머지 한 부는 연희전문 2년 후배로 나이는 다섯 살 어리지만 진중하고 성미도 비슷해 함께 하숙을 지내는 등 각별하게 의지 삼은 정병욱에게 주었다.
정식 출판은 아니더라도 77부를 찍어 가까운 벗들과 돌려보고픈 윤동주의 바람을 시대는 외면했고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투옥되었다가 차디찬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한편, 학도병으로 징집된 정병욱은 윤동주에게 받은 시집을 광양의 어머니께 맡기며 잘 보관할 것을 당부하고 시고는 명주보자기에 곱게 싸여 망덕포구에서 살아 숨 쉬었다.
윤동주와 이양하 교수의 시고는 행방을 잃었지만, 정병욱 가옥 마룻바닥 아래서 보존된 시고는 1948년 1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출간돼 윤동주를 시인으로 부활시켰다.
아울러 1925년 양조장과 주택을 겸해 지어진 정병욱 가옥은 유고를 보존한 가치를 크게 인정받아 2007년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에 올랐다.
정병욱은 회고록 '잊지 못할 윤동주 형'에서 "내 평생 해낸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린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윤동주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윤동주의 시'흰 그림자'를 뜻하는 백영(白影)을 자신의 호로 삼기까지 했다.
광양 망덕포구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등록문화재 제341호)'에는 명주보자기에 곱게 싼 유고를 항아리에 담아 마룻바닥 아래 간직한 당시 상황이 재현돼 있다.
정병욱 가옥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윤동주 시 정원'에는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시대의 어둠을 비추는 등불 같은 시들이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또한, 망덕포구와 배알도 섬 정원을 잇는 해상보도교 '별헤는다리'를 비롯해 동주카페, 별헤는강 등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를 모티브로 한 공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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