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논의하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결정된 숫자"라던 의대 증원 규모 '2000명'. 과학적이라기엔 꽤나 '천 단위'로 맞춰졌던 '2000명'. 정부가 그 '2000명'이 '0명'이 돼도 감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과학적 추계라는 이유를 들며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제시했던 정부는 이제와서 '제로 베이스' 운운한다. 2026학년도에 한해 의대 증원 규모를 완전히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다. 정부는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설치 법안과 관련해 이같은 내용을 부칙에 담은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계위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증원 규모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각 대학 총장이 모집인원을 4월까지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증원 0명'도 수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모든 의대가 증원을 추진할 경우 총 5058명을 모집하게 되지만, 전체 의대가 증원을 포기할 경우엔 기존대로 3058명이 된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은 각 대학과 의대 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이 소속 의대와 협의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정부가 '대학 자율권' 방안을 제시하자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교육 환경과 의료 인력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며 각 대학 총장에게 의대 정원은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학들은 재정 확보 등 대학 규모 확장을 위해 현실적으로 '증원'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추가로 받은 대학들은 의대 교수 채용, 노후 건물 리모델링 등 인프라 확장 조처도 했다.
정부는 ‘0명’이 돼도 감내하겠단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건가.
대학 자율화. 대학이 그간 교육 혁신을 위해 공공연히 바라온 게 바로 정부 제재로부터의 자율화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정부와 의료계 구도로 진행되던 갈등이 각 대학 내홍으로 번질 경우, 우리는 39번(전국 의대 수)의 크고 작은 갈등을 감내해야 한다. 더군다나 의료인 양성이라는 국가 보건의료체계 구축과 35만 대입 수험생의 앞날이 걸린 일이다.
정부는 이제와서 '대학 자율화'를 내걸며 비판과 책임으로부터 회피하지 말고, '진짜' 과학적 추계를 통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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