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에 나서면서, 메타도 인공지능(AI) ASI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SIC은 학습, 추론 등 특정 기능에 특화한 '맞춤형 칩'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처리 속도는 떨어지지만, 가격과 전력 소모가 낮아 생성형 AI 데이터센터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와 협력해 AI 훈련용 반도체 '메타 훈련 및 추론 가속기(MTIA)' 시험 생산을 시작했다. MTIA는 AI 연산 전용으로 설계된 메타의 ASIC로, TSMC의 5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해 800MHz 작동 속도와 102TOPS(초당 1조 연산) 성능을 갖췄다. 특히 기존 AI 추론 작업 대비 전력 효율이 3배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메타는 올해 말까지 최대 1190억달러(약 172조원)를 AI 인프라 확충에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650억달러(약 94조원)를 AI 관련 설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 행보는 결국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AI 개발 비용을 절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의 GPU인 H100 한 대 가격이 약 3만~4만 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업계에서는 MTIA 도입으로 연간 약 2억8000만달러(약 4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메타는 2025년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추천 시스템에 MTIA를 본격 적용하고, 2026년에는 생성형 AI 모델 훈련까지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데이터센터 전용 칩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4월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훈련을 위해 텐서처리장치(TPU) 'v5p'를 출시했으며, AWS는 AI 학습용 '트레이니움2(HBM3E)'를 도입하고 차세대 ASIC '트레이니움3'을 개발 중이다. MS는 2023년 말 AI 학습·추론을 위한 자체 AI 칩 '마이아100'을 공개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ASIC 기반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추론에 최적화된 '마하1'을 개발 중이며, AI 추론에 최적화된 저전력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또 삼성은 실리콘밸리에 범용 인공지능(AGI) 연구소를 설립하고 150명의 연구원을 투입해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연산이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PIM)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6년 HBM4 기반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SK하이닉스는 브로드컴의 요청을 받아 범용 HBM4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AI 반도체 설계 역량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격차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가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AI 반도체 설계 관련 특허의 54.3%를 미국이 보유한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3.8%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AI 칩 개발은 향후 반도체 시장 판도를 크게 바꿀 변수"라며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와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민기자 hyem@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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