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
책은 건축과 사람이 공진화한 유전적 계보를 다룬다. 인간은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은 다시 인간을 빚었다. 그렇게 인류는 공간과 함께 성장해 왔다. 역사 속에서 인간은 건축 공간의 혁명으로 집단의 규모를 키워왔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건축 공간에서 최초의 구심점이었던 모닥불은 주변에 있는 수십명의 사람을 모았다. 인공의 빛을 통해 인류는 공간과 시간을 재편,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동굴 벽화'는 집단의 규모를 백명 단위로 불렸고, '괴베클리 테페'는 무리의 머릿수를 수백으로 늘렸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벽돌이라는 재료를 발명해 지구라트 신전을 지었다. 지구라트는 인간 사회를 수만명 규모로 증대시켰고, 피라미드는 수십만명의 사람을 하나의 종교를 가진 국가로 뭉치게 했다.
이후 고대 그리스의 반원형 극장은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를 완성시켰다. 수도교는 로마를 인구 100만명의 도시로 거듭나게 했고, 거대 도시 덕에 제국이 탄생했다.
전 유럽에 교회가 건립되면서 기독교가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렸고, 이는 유럽 사회가 종교적으로 통합돼 십자군 전쟁에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당시 교회로 뭉친 유럽의 기독교 인구는 약 7000만명에 달했다.
20세기 들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고층 건물을 세운 뉴욕 같은 도시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집단을 형성했고, 인터넷으로 만들어진 가상 공간은 수십억명의 사람으로 구성된 사회를 이뤘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30억7000만명을 돌파했다.
저자는 "건축은 집단의 규모를 확대해 사회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해 주는 하드웨어"라며 "건축의 혁신은 그 사회의 혁신으로 이어져 왔다"고 설명한다.
벽면에 그림을 그리던 선사 시대의 동굴부터 현대의 자율 주행이 가능한 도시까지, 인간이 건축과 도시를 어떻게 발전시켰으며, 건축과 도시는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건축과 공간은 인간 진화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를 알려주는 책. 392쪽.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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