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우리나라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면서 지도 반출 요청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 5000 축척 수치지형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지도는 골목길까지 식별 가능한 고정밀 데이터로, 애플은 이를 '나의 찾기', 애플페이, 카플레이 등 자사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애플은 이번 신청서에 정부의 보안 우려 해소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신청서에 구체적인 항목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블러·위장·저해상도 처리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애플은 2023년에도 같은 신청을 했으나, 보안시설 보호 조치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반려된 바 있다.
반면 구글은 같은 날 세 번째로 지도 반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도 이전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일부 정부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보안시설 좌표를 제공받아야만 처리할 수 있다는 전제를 내세웠다. 이는 해외 민간기업에 군사·보안시설 정보를 넘기는 셈이어서 국민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가 제시한 대안인 '블러 처리된 위성사진 제공 방식'에 대해 구글은 글로벌 기준과의 불일치 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구글은 데이터 보안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국내 서버 설치 요구 역시 거부해 왔다.
결과적으로 애플이 정부 요구를 선제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구글은 조건부 수용과 추가 요구를 병행하고 있어 두 기업의 태도 차이가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오는 8월 구글, 9월 애플의 요청을 각각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태도 차이가 승인 여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입장이 정부의 반출 불허 명분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미국과의 디지털 통상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지목해 왔다.
반면 구글의 경우, 일반적인 지도 서비스에 비해 과도한 정밀도를 요구하고 있어 의도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구글은 현재 1대 2만5000 축척 지도를 사용하는데, 1대 5000 지도는 보통 인프라 구축이나 공공 토목공사 등에 활용되는 수준의 데이터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1대 2만5000 축척을 사용 중이다.
고정밀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국내 규제를 감수하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법인세 실적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3년 네이버는 약 3900억원의 법인세를 냈지만, 구글은 155억원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두 기업의 반출 요청을 심사하며 안보, 통상, 산업 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애플과 조건부 수용에 머무른 구글의 태도 차이는 향후 결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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