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리포트가 달라졌다?"… 여전히 말 못하는 진실

"왜 목표 주가를 하향했냐"는 주주의 항의 전화, "인터뷰 어렵겠다"는 기업의 유보적 반응.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와 기업 IR팀 사이에서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 그 결과 리포트는 실적이 꺾여도 '매수', 많아야 '중립'에 머무른다. 시장 진단보다 기업과의 거래와 투자자의 눈치를 의식한 판단이 앞서는 구조가, 증시 신뢰 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20대 증권사가 발간한 수천 건의 리서치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은 단 0.1%에 불과했다. 매수 의견은 평균 90.4%, 중립은 9.5%였고, 무려 18곳 증권사는 상반기 내내 매도 리포트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실적이 꺾인 기업, 주가가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한 종목에도 리포트는 대체로 낙관적이다. 투자 판단의 나침반이 돼야 할 리서치 보고서가 오히려 시장 기대를 부풀리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앤에프'의 경우는 매출이 수분기 연속 감소세인데도 2분기 들어 나온 25개의 분석 리포트 중 단 한 건만 '중립' 의견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매수'였다. 일부 증권사는 "납득되지 않는 주가 하락"이라며 오히려 시장을 탓했다.

 

또한 누구나 알법한 한 대형 기술주의 영업이익은 1년 새 반토막이 났지만, 리포트에서는 목표주가가 오히려 높아졌다. 실적 전망은 낮추면서도 주가 기대치는 상향 조정되는, 모순된 흐름이 반복된다.

 

이런 기형적 구조의 배경에는 리서치 조직의 '이해상충'이 있다. 애널리스트가 취재하는 기업은 동시에 자기 회사의 고객사인 경우가 많다. 매도 리포트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해당 기업이 증권사와 거래를 끊는 일도 실제로 벌어진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리서치센터는 비용만 나가는 '코스트 센터'로 인식되곤 한다. 분석력보다 기업 관리 능력이 더 중요시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증권가에는 조금씩 다른 움직임도 감지된다. 올 들어 급등한 원전·방산·증권주를 중심으로 일부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고 있다. SK증권은 미래에셋증권 리포트를 통해 "기대가 과도하다"며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1만8000원으로 제시했고, 신한투자증권은 주가가 3배 이상 오른 원전주에 대해 '단기매매(trading buy)'로 의견을 바꿨다. "좋은 회사도, 항상 좋은 주식일 수는 없다"는 조심스러운 메시지도 시장에 보여준 셈이다.

 

리서치 보고서는 투자자에게는 나침반이고, 기업에게는 거울이다. 기업과 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진단을 주저하는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불편함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애널리스트가 불편한 말도 할 수 있어야, 리포트가 다시 '신뢰 자산'이 될 수 있다. 그 신뢰 위에서 건강한 투자와 기업 성장, 그리고 활력 있는 증시가 가능해진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