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일부 기업은 발 빠르게 동참하고 있지만, 기존 주 4일제를 철회한 사례도 나오면서 도입을 둘러싼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주 4.5일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를 휴무로 전환하거나, 주 32~36시간 근무제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이를 뒷받침할 조례와 예산을 마련해, 지역 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참여 기업 모집에 나섰다.
정부 지원 이전부터 제도를 자발적으로 도입한 민간 사례도 확산 중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19일 4.5일제 시범사업 참여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타운홀미팅을 통해 "주4.5일제 시범사업 기간 동안 조금 더 잘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개선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찾겠다"면서 "경기도가 먼저 시범 사업을 통해서 성과를 냄으로써, 새 정부가 반드시 성공한 정부가 되고, (성공을 위한)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4.5일제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카페24는 올해부터 임금을 동결한 채 주 4일제를 전사적으로 시행했다. 파주의 한 중소 제조업체는 격주 단위로 금요일을 휴무로 지정하는 '격주 4일제'를, 성남시의 한 IT기업은 기존 주 35시간제에서 주 30시간제로 추가 단축을 시도하고 있다.중소기업인 코아드도 임금삭감 없는 주4일제를 도입했다. 일과 삶의 균형, 인재 확보, 생산성 제고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선제 도입의 배경이다.
하지만 실제 도입 배경이 '복지 확대'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경기 침체와 고정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주 4일제 도입을 활용하기도 했다.초기에는 근무일 축소에 따라 급여를 감액하거나 비정규직 전환을 병행하며 고정비를 절감하고자 한 경우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육기업 에듀윌이다. 에듀윌은 2020년 주 4일제를 선언했지만, 운영 4년 만인 2024년 말 다시 주 5일제로 회귀했다. 에듀윌 관계자는 "고정비 상승과 사업 확장 제약이 누적되면서, 운영 안정성과 생산성 확보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포스코 등도 주4일제를 시범 운영했으나 경기불황 등으로 인해 전면도입을 보류하거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제도를 실험한 이후 현실적 한계를 마주한 사례로, 업계에서는 '4일제 환상'이 꺾인 결정적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달아오르기보다는 관망과 신중 사이에 놓여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성과 측정 기준이나 인력 재배치 전략없이 근무 시간만 줄이면 오히려 조직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HR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제도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업종·규모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화보다 유연한 설계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노동정책 관련 관계자는 "근무시간 단축은 업무 방식·조직 문화·성과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설계돼야 지속 가능하다"며 "일률적 강제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인천시 등 타 지자체도 자체 예산을 투입한 '근무시간 실험'을 검토 중이다. 정부 시범사업 성과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 전국 단위 확산 여부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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