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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김헌철 남서울대 유리조형대학원 교수 “유리는 시간과 호흡"

"의도와 우연이 얽힌 사건”

김헌철 남서울대학교 겸임 교수.

유리는 그의 호흡과 시간의 결을 그대로 새긴다. 유리조형작가인 김헌철 남서울대학교 겸임교수(47·사진)는 '시간'과 '기억'을 관통하는 언어로 대형 설치와 오브제, 공공미술을 가로질러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왔다.

 

김헌철 교수는 남서울대 공간조형디자인학과에서 국내 최초로 유리전공을 신설했다. 국내 유리작가 80% 이상이 남서울대 출신으로 졸업생들은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완성된 작품은 단순한 조형이 아니라 시간과 호흡, 의도와 우연이 얽힌 하나의 응축된 '사건'이다." '살아 있는 재료'인 유리를 대하는 그의 태도이자 작업의 핵심이다.

 

시간에 깃든 사유./김헌철 교수

◆ 같은 '시간', 다른 구현…정적인 오브제와 동적인 설치

 

김 교수는 최근 두 전시를 통해 같은 주제(시간)를 상반된 방식으로 풀었다. 개인전 '시간에 깃든 사유'는 작가 자신을 직·간접적 대상으로 삼아 시대별 감정과 정체성의 변화를 선인장 모티프와 아트토이 형식의 응축된 오브제로 시각화했다. 관람자는 하나의 공간에서 작품과 마주하면서 각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도록 유도된다.

 

멈춰진 시간./김헌철 교수

반면 '관계도시: 유동하는 미래'에 전시된 '멈춰진 시간'에서 그는 모래시계를 모티프로 삼아 동적인 설치를 선보였다. 블로잉으로 제작된 약 900여개 유리 유닛이 군집을 이루고 관람자는 위치·시선·조도에 따라 달라지는 형상을 체험한다. '관람자의 동선과 체류 시간 자체가 하나의 모래가 되어 흘러간다'는 설정은 '나는 지금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그의 요약은 간명하다. 한 전시는 정적인 관람 방식으로 자아의 시간성을 응축했고 다른 전시는 공간을 움직이면서 시간의 본질을 감각하게 했다. 같은 주제, 서로 다른 구현이 그의 최근 작업을 규정한다.

 

김헌철 교수는 "유리는 예측 불가한 물성 때문에 작가가 통제하려는 순간에도 스스로 반응하고 결정한다"며 "그러므로 작업은 본질적으로 협업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헌철 교수가 대형 가변작 '시간의 흐름'을 설치하고 있다

◆ 공공 설치 '시간의 흐름'…공간·기술·안전이 맞물린 조형

 

서울공예박물관 안내동에 설치된 대형 가변작 '시간의 흐름'은 '공예작품 설치 지명공모'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된 프로젝트다. 김헌철 교수는 장소성에서 출발해 자연채광이 풍부한 백색 공간을 '시작과 휴식이 공존하는 감성적 진입 공간'으로 상상했다. '여명과 노을'을 상징하는 투명 유리와 붉은 레이어를 겹쳐 공간의 첫인상을 설계했다.

 

설치의 뼈대는 가로 7.5m, 세로 5m, 상부 약 10m 높이에 매달린 200㎏이 넘는 금속 프레임이다. 서로 다른 형상의 유리 모래시계 160여개가 은하처럼 흩뿌려지는 배치를 통해 관람자의 시선을 시간의 흐름으로 이끈다.

 

김 교수가 꼽은 가장 까다로웠던 변수는 '높이'와 '무게'였다. 일반 장비 반입이 어려운 제약 아래 그는 모듈 분해·현장 조립으로 접근하고 9m 임시 구조물 위에서 수작업으로 고정했다. 총 5개월에 걸친 프로젝트 중 3일간의 고난도 설치가 클라이맥스였다.

 

그는 "공간성과 감성, 기술과 안전, 재료와 의미가 모두 맞물려야만 완성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며 "공공 공간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조응하고 관람자와 호흡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했다.

 

Cactus 4./김헌철 교수

◆ 선인장 연작의 진화와 교육 철학, 그리고 다음 행보

 

'캑터스(Cactus)' 시리즈는 인간의 감정적 생존을 선인장 형상에 겹쳐 읽는 데서 출발했다. 김 교수는 "도시의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의 모습이 극한의 사막에서 생존하는 선인장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그중 'Cactus 4'는 외피를 다이아몬드 볼로 거칠게 조각해 방어의 표면을 드러내고 상부의 창을 통해 보이는 반구 형태의 부드러운 내부로 연약함과 다층적 감정을 대비했다. 거친 표면 너머에 비치는 관람자 자신의 모습은 방어기제의 양면성과 존재의 복합성을 질문한다.

 

Punchylo./김헌철 교수

최근 작업인 '펀치로(Punchylo)'는 자전적 서사를 전면에 세웠다. 20대 시절 사진의 컬러 팔레트를 끌어와 선명한 색채와 유희적 볼륨을 적극 도입했다. 유리의 투명성과 채도 조절로 시간과 정체성의 층위를 확장했다.

 

김 교수는 "같은 형상 속에서 시대별 감정의 변화를 투영해 조형성과 서사성을 함께 진화시켜 왔다"고 말했다.

 

교육자로서의 원칙도 분명하다. 그는 "유리는 결코 혼자 다룰 수 없는 재료이기에 핫샵 수업은 팀 단위로 진행하고 역할을 교차 경험하게 한다"며 "학생들에게 혼자 잘하는 사람보다 함께 더 멀리 가는 사람을 강조하고 소통과 리더십을 평가 기준에 포함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리를 이기려 하지 말고 유리와 대화하라"고 강조한다. 온도·중력·도구 각도에 따라 스스로 반응하는 재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훈련이 선행돼야 표현의 자유가 열린다는 믿음에서다.

 

신작 EssenceDrift(왼쪽), Dualence(오른쪽)./김헌철 교수

김헌철 교수는 오는 2026년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전시의 축은 신작 '에센스 트리프트(EssenceDrift)'와 '듀얼런스(Dualence)'다. EssenceDrift는 흐릿한 투명 표면과 은은한 질감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는 감정의 흔적'을 은유한다. Dualence는 뚜렷한 볼륨과 중층적 색감으로 존재의 이중성과 고독을 상징한다.

 

김헌철 교수는 "아트토이적 형상에서 출발했지만 이번에는 정체성의 응축된 무게와 사유의 잔향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관람자의 기억과 심상을 유도하는 조형적 언어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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