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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00조 땔감', 왜 '불장' 두고 망설일까

국내 증시가 '불장'이다. 시장에는 다시 온기가 돌고, 자금은 넘쳐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에 '땔감(자금)'이 생각만큼 투입되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유동성이 3년 반 만에 정점을 찍었다. 지난 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70조원을 넘어섰고, 하루 단위 이자가 붙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는 90조원을 돌파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230조원을 상회하며, 연초 대비 35% 넘게 늘었다. 총 400조원에 육박하는 대기자금은 자산시장의 방향만 정해지면 언제든 움직일 태세다.

 

정부는 자본시장 회복 흐름에 대응해,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명목상으로는 진전이다. 하지만 세율 구조와 설계 방향을 들여다보면, 기대했던 장기투자 유인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득 구간별로 차등 적용된 세율은 최대 35%까지 올라간다. 이 구조에선 오히려 주식을 오래 들고 가며 배당을 받는 이들이 단기 양도차익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생긴다. 고위험을 감수한 장기투자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취지와 어긋난다.

 

문제는 제도의 설계 방향이다. 정부는 고배당 기업에 대해서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을 장려하겠다는 의도지만, 실제 투자자가 해당 종목을 얼마나 오래 보유했는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누가 얼마나 장기 투자했는가'보다는 '어떤 기업이 얼마나 배당했는가'에 기준을 둔 구조다. 투자자의 행위보다 기업의 조건이 중심이 된 셈이다.

 

해외에선 접근 방식이 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적격 배당(Qualified Dividend)' 제도를 통해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투자자에게 최대 20% 수준의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배당에 대한 우대는 기업 정책이 아니라 투자자의 시간과 리스크 감수에 따라 부여된다.

 

결국 중요한 건 '세금이 얼마나 줄었느냐'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들어올 이유가 생겼느냐'다. 장기 보유와 배당투자에 과세가 그에 걸맞는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면, 400조원 가까운 대기자금도 쉽사리 증시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분리과세는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하나의 신호다. 주식을 오래 보유해도 예금보다 불리한 세금 구조라면, 누가 배당주에 머무르겠는가.

 

불은 이미 붙었다. 이제 필요한 건,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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