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는 기업들에게 생애주기상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다.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와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통해 투자자에게 미래 가치를 설득하고 장기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KB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O 리그테이블 선두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쌓고 있다. 메트로경제는 지난 6일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을 만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KB증권만의 '윈윈 협업 문화'와 '하반기 IPO 전망'에 대해 물었다.
◆KB증권, IPO 주관 1위 비결은 '내부 협업 문화'...'윈윈 전략'을 통한 통합 솔루션
19일 기준 KB증권의 상장 주관 실적은 1조7980억원을 달성하면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공모 총액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KB증권에서 IPO 주관 등을 담당하는 ECM본부 1~3부로 나눠져 있다. 각각 ▲1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 ▲2부 제약·바이오, 2차전지 등 ▲3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을 중점적으로 케어한다. 다만 유 본부장은 업종별, 그룹별로 세분화해 업무 분담을 하고는 있지만, 모든 부서가 칸막이 없이 기업들을 탐색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시장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며 리그테이블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은행(IB) 전 부문에서 균형감 있는 성과를 내면서 전력을 입증한 것이다. KB증권의 소위 '원팀' 시스템이 IB 부문의 총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유 본부장은 "리서치, 자산관리(WM), DCM, 인수금융 등 모든 부서가 상위권 역량을 갖추고 있고, 이를 한 번에 모을 수 있는 것이 KB증권의 강점"이라며 "부서 간 유기적 협업이 전제되는 '윈윈 문화'가 조직 내부에 체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사 입장에서 '한 번에 최고 인력을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어 그는 "상장 이후에도 기업들은 자금 수요, 인수·합병(M&A), 투자금 회수(Exit) 등 다양한 금융 전략이 필요하다"며 "협업 구조 속에서 회사채 발행이나 M&A 등 추가적인 딜이 연결되기도 하고, 반대로 채권 발행·인수금융 과정에서 관계를 맺은 기업이 IPO를 의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는 매주 '딜 셀렉션 커미티(DSC)'를 열어 부서 간 정보를 공유하고, 영업·발굴 기회를 적극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KB증권은 지난 2024년부터 삼양그룹 계열사 회사채 발행에 전부 참여했다. 이후 삼양홀딩스 인적분할 자문사를 맡기도 했으며, 올해는 삼양홀딩스의 계열사인 삼양엔씨켐의 기업공개(IPO)도 맡게 되는 등 꾸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SY스틸텍도 상장부터 유상증자까지 KB증권이 맡아 주관했다.
◆시장 설득할 수 있는 '에쿼티 스토리'+합리적인 밸류에이션 必
유 본부장은 IPO를 '기업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규정했다. 상장을 통해 기업은 자금뿐 아니라 평판·업계 경쟁력·내부 통제·지배구조 등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장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그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에쿼티 스토리와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이 나오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발행사와 주관사가 아무리 제안을 해도 결국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마켓이고, 에쿼티 스토리가 좋더라도 실적이 안 좋으면 외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쿼티 스토리'란 현재(As-Is)에 기반해, 향후(To-Be)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한 구체적 시나리오다. 이 과정에서 리서치 부서와 가장 많이 협업하는데, 에쿼티 스토리를 창출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 위해 산업에 대한 이해, 밸류에이션 수준 등을 논의하는 것이다.
올해 2월 상장한 LG CNS의 경우에도 탄핵 정국으로 인해 시장이 둔화된 흐름을 보였었지만, '에쿼티 스토리'와 '밸류에이션'에 대한 믿음이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초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굉장한 외면을 받았고, 시기적으로 힘든 시장이었다"면서도 "국내에도 충분히 금용 자본이 축척돼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해외 반응이 부족하더라도 국내 호응을 잘 이끌어내면 잘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LG CNS가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해외 쪽 매출이 많았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밸류에이션이 비싸지 않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끝까지 해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유통시장이 어렵더라도 발행시장이 괜찮다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다.
상장 기업 선정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있는 만큼 주관사로서의 '선택과 집중'에도 능하다. 유 본부장은 "뜬구름 잡듯이 하는 시장 설득이나 과도한 밸류에이션은 결국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다"며 "기업 대표들 중에서도 눈높이가 과도한 분들이 계시고, 그럴 경우에는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까지 합의되지 않는다면 무리한 딜은 지양한다"고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 "지금이 정상적인 IPO 시장"...빅딜 부재는 구조적 이슈, 8~9월 신고서 늘어날 것
하반기 IPO 시장에 대해서는 중복상장 이슈로 인한 '빅딜'의 위축은 지속될 수 있으나, 전반적인 흐름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 본부장은 "지금의 IPO 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으로 판단된다"며 "과거처럼 어떤 기업이 상장해도 무리하게 오르거나, 일제히 하락하는 등의 획일적인 흐름이 아니라 일정한 밴드 안에서 적정한 주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발행시장도 발맞춰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 7월 IPO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0곳'이었다. 7월부터 기관 투자자, 상장 주관사를 대상으로 한 의무 보유 규제가 강화된 개정 수요예측 제도가 시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제도의 핵심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배정되는 공모 물량 중 최소 40% 이상(올해까지 30%)을 자발적 락업에 동의한 기업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IPO 제도 개편으로 인해 '공백기'가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유 본부장은 "공교롭게도 신고서가 0건으로 맞물리면서 우려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7월은 원래 계절적으로 둔화되는 달"이라며 "무한정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인 만큼 8~9월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현재 IPO 시장의 문제는 '빅딜'의 부재이고, 빅딜은 그룹사 딜로 연결되는 편인데 중복 상장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다"면서도 "중복 상장 때문에 공모 시장이 위축되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빅딜이 없었을 뿐이지 공모 시장 자체는 나름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은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솔루션이 제시될 것이고, 중복 상장과 관련한 문제들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KB증권은 하반기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올해 IPO 주관 실적 1위를 굳건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던 명인제약의 코스피 상장과 삼양홀딩스의 인적 분할을 통한 삼양바이오팜 재상장 등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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