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3100선을 내주며 급락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세제개편안 실망감 지속 등 대내외 우려가 지속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탓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승 랠리를 이어오던 국내 증시는 8월 들어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68% 하락한 3130.09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2.29% 급락하면서 3079.27까지 밀려났다. 지난달 29일 3230.57에 거래를 마치면서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이후 3.11% 떨어진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AI 의구심과 금리 경계 등으로 빅테크 낙폭이 확대됐다. 이날 나스닥종합지수는 1.46% 내린 2만1314.95에 종료했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8% 하락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엔비디아가 전 거래일 대비 3.5%, AMD와 브로드컴은 각각 5.44%, 3.55%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와 정책 우려, 게다가 미국에서 제기된 AI 버블론까지 더해지면서 지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정부와 국회 간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 여부를 두고 의견 줄다리기도 지속되면서 투자자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짚었다.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미국과의 관세협상 우려 완화로 인해 상승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는 8월 들어서부터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떨어지면서 장기적인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31일 공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내부적인 하방 압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동반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로만 보기 어렵고, 이달 내에 중요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시장이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잭슨 홀에서 미국 통화 정책 방향성이 어떻게 진행될지, 더불어 우리나라의 상법개정안 흐름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1일 밤 잭슨 홀 미팅이 예정돼 있으며, 25일 본회의에서는 2차 상법개정안 등 주요 법안이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대주주 양도세 관련 발표도 8월 내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시장 기대치에 충족하는 형태가 나온다면 반등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추세적으로 이전 고점을 넘길 수 있는 펀더멘탈의 흐름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올해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던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이후 코스피 리레이팅을 만들어 낸 것은 상법 개정안, 세제개편안 등 관련 기대감"이라면서 "이 중 세제 측면에서 흠집이 났으나, 상법개정안 등 거버넌스 개선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큰 수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지수 하단의 리레이팅은 정책이, 지수 상단은 펀더멘털과 매크로 환경 변화에 달려 있을 전망"이라며 "4분기 중 시작되는 3분기 실적시즌이 펀더멘털 상으로 레벨업을 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불확실성'도 변수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경계심이 높아지는 지는 이유는 금리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시장의 기대보다 매파적(통화 긴축)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투자심리도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매판매 등 매크로 지표 확인 후 9월 금리인하 전망이 후퇴했다"며 "코스피 지수 확장에 기여했던 주가수익비율(PER) 배수 확장은 당분간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데, 해당 수치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 불확실성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이번 주 증시도 전주처럼 매크로 불안에 영향을 받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매크로가 불안할 때 주목할 대상은 결국 실적이고, 앞으로 주목할 건 3분기 실적인 만큼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업종을 골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약해진 반도체를 비롯해 기존 주도주인 조선, 방산, 원전을 포함한 금융주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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