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양도세 결정 지연”…당내 반발·투자자 불만 겹쳐 혼선
9월 고위당정협의회 분수령, 정책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
코스피, 한 달 새 1.31% 하락…글로벌 증시와 ‘희비 교차’
투자심리 위축, 20일 만에 4조원 넘게 줄어든 예탁금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자본시장 개혁 청사진을 내놨지만,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와 상법 개정 논란이 겹치며 증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책 신뢰에 금이 가면서 한 달 새 한국 증시는 주요국 중 최약세를 기록, 정부가 강조한 '코리아 프리미엄' 전략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주 충실의무 강화, 자사주 소각 확대, 주가조작 근절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개편안은 증시 부양 기조와 충돌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상법 개정안 역시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주주권 강화 방안을 담았지만, 야당은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논의까지 겹치며 기업 투자 위축 가능성도 거론된다.
혼선은 정치권에서도 드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시간을 두고 결정하기로 했다"며 "빠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과 대통령실은 이미 교감해 중간에 나오는 시도는 있을 수 없다"며 "관련 기사의 대부분은 오보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투자자 불만과 당내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결론을 미루는 '시간 끌기'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9월 고위당정협의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발표에 따라 증시가 반등하면 정부가 기존 세제 개편안을 유지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당정 간 조율이 길어질 경우 발표는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3개월 넘게 랠리를 이어오던 코스피는 8월 들어 3100~3200선에 갇혔다.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주요 30개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선두였던 한국 증시는 이달 들어 최하위로 밀려났다. 22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3130.09로, 한 달 전(7월 21일)보다 1.31% 하락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선전지수, 대만 자취안지수 등은 같은 기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상하이종합지수는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22일에도 전일 대비 1.45% 오른 3825.76으로 마감했다.
해외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사이 국내에선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대기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잠재적 증시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초인 1일 71조7777억원에서 21일 67조4631억원으로 약 4조3146억원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도 정부 정책 혼선에 따른 증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자본시장 개혁 청사진을 내놨지만,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와 상법 개정 논란이 겹치며 증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책 신뢰에 금이 가면서 한 달 새 한국 증시는 주요국 중 최약세를 기록, 정부가 강조한 '코리아 프리미엄' 전략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30일 기록한 코스피 3254p가 올해 고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소강 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며 "코스피가 에너지를 소진한 것 같다"고 표현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대했던 '국장 랠리'가 꺾이자 일부는 미국 증시나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투자 이민'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코리아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증시로 이동시켜 혁신금융과 모험자본으로 공급,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증시 수요 기반 확충, 자금 선순환 촉진이 핵심 축이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로드맵을 연내 마련하고, 증시 수요 기반 확충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는 코스피 5000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금투업계 관계자는 "양도세와 상법 개정 논란이라는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는 한, 정부의 '코스피5000'은 공염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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