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유기견을 입양했다. 1살도 채 되지 않은 강아지가 어찌나 이쁘던지. 자동차의 경적 소리에 놀라 쓰러질까. 줄이 풀려 다른 곳으로 가면 어쩌나하는 우려에 2년간 산책을 하지 않았다. 사회생활 시기를 놓쳐서 일까. 이제는 개가 되어버린 그는 다른 개와 다르게 좋아하는 표현을 으르렁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이 이쁘다고 해도 짖는다.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글까'라는 말이 있던가. 일어나지 않을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을 놓치게 만든 셈이다.
정부에서 소상공인의 채무조정과 취약계층의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상공인의 대표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은 대상범위를 확대하고, 기업, 지자체와 협업해 건강검진부터 사업정리컨설팅, 폐업(원상복구 비용)을 지원한다.
취약계층도 장기 연체일 경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인당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60%(약 143만원)를 넘지 못하고, 대출을 상환할 만한 재산이 없는 경우 대출 원금의 80%를 깎아준다. 10년간 나눠 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나오면 늘 따라 붙는 말이 있다.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해이)다. moral, 세상의 옭고그름 혹은 도덕적인 것에 hazard. 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인 특성이나 상황을 말한다. 정책 의도와 달리 개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의무를 하지 않을 이들을 우려하는 의미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책국장이던 시기 '새출발기금'을 발표하며 "우리는 97%와 98%의 세상에 살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2000만 명 차주 중에 신용불량자는 70만 명, 3%다. 소상공인·자영업자 330만 명 중에 신불자는 10만 명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장을 못 담글 만큼 구더기가 무서울 수도 있고, 그 구더기가 무서워 장 담그는 시기를 늦추려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담그거나 시기를 늦추는 행동은 외려 더 큰 비용을 부담케 할 수 있다. 3% 내에서 나타날 모럴해저드가 무서워 법안·정책을 늦추는 것은 더 큰 경제회복을 늦추는 길이다. 정작 본인의 이익 때문에 3%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앗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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