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기술인력 적정비자 발급 어렵고 현지 숙련자 고용 힘들어
대규모 투자 진행중인 韓기업, 불법체류 단속강화에 부담 커질듯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그룹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이민 단속을 진행해 475명 중 한국인 직원들 300여명을 구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련 기업들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투자 유치 요청에 화답해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무차별 단속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미국 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 간에 관세와 대미 투자 방안을 놓고 후속 협상이 이어지던 중 이 같은 단속 작전이 실시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7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진행한 HL-GA배터리 공장의 건설은 이번 단속사태로 전면 중단됐다. 나아가 완공 시점은 물론 제품 생산을 위한 고용 창출 계획 등도 안개속으로 빠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자국내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하는 건 현지인 고용 확대를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 건설이나 초기 가동에 필요한 기술과 전문성을 갖춘 현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공장 건설을 위해 국내 기술 인력을 파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엔솔 관계자는 "합작 배터리 공장은 현재 건설 막바지 단계로 최종 설비 반입과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며 "배터리 생산을 위한 공정 특성상 현장에는 배터리 관련 인력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체포된 한국인들의 경우 B1, B2와 같은 단기 방문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미국에 입국해 법률상 금지된 근로 행위를 한 경우로 추정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정책에 맞춰 수조원대 대미 투자를 단행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공장 건설 등을 진행하는데 안정적으로 완공 기일을 맞추기 위해 우리나라 전문 인력을 투입하는데 현지에서는 비자 발급이 원활하지 않아 기업의 부담과 어려움이 크다"며 "원활한 적정 비자발급 등 양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공장을 짓고 현지 채용을 진행하라는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이 우리 기업의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한 건 이전에도 있었다. 2020년 9월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13명이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하고 일한 협의로 체포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LG엔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처럼 대규모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번 미국 정부의 대규모 단속으로 향후 국내 기업들의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과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설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구축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인디애나주 공장 착공 전 단계라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문기술인력 투입부터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의 설비 확장을 위해 50억 달러(약 7조원) 투자를 발표한 한화그룹은 "현지 근무 인력은 모두 파견자인데 단기 체류 비자(B1 등)를 발급받아 근무하는 경우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인력을 보내는 형태고 이번 사태처럼 신규 공장 건설 막바지에 단기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상황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서 해외 파트와 그룹, 본사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공장 건설을 위해 우리나라의 숙련기술자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워킹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현지에서 돈을 벌어간다는 이유로 빨리 나오지 않고 까다롭다"며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안정적이고도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현지 투자 기업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 공동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주미대사관과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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