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켰던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가 결국 파산한다. 1조 원대로 추산되는 미정산 피해액에 대한 변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영세 판매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현실화됐다. 이번 파산은 '선결제 후정산' 방식에 기반한 중개 플랫폼의 구조적 위험성이 터져 나온 예고된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9일 위메프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7월 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지 1년여 만이다.
피해는 막대할 전망이다. 법적으로 후순위 채권자에 해당하는 이들은 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고 남는 돈을 받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떼인 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티몬은 회생채권 변제율이 0.76%에 그친다. 위메프는 파산하면서 회생채권조차 받지 못하게 됐다.
티메프 사태 미정산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오자 성명문을 내며 법원을 비판했다. "이번 결정으로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것은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변제율 0%의 절망뿐"이라며 "40만 소상공인과 소비자는 국가 시스템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개거래 플랫폼 문제는 티몬·위메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3월 명품 플랫폼 발란 등에서도 유사한 정산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명품 플랫폼인 매치스패션과 에센스마저 파산하는 등, 플랫폼 산업 전반의 경영난과 구조적 취약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의 핵심에는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상품 대금을 먼저 받은 뒤, 일정 기간이 지나 판매자에게 정산해주는 '선결제 후정산' 방식이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손쉬운 현금 유동성 확보 수단이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플랫폼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위험은 고스란히 영세 판매자에게 전가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은 플랫폼의 갑을 관계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번 사태의 핵심인 결제대금 미정산 문제를 직접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인 금융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설이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지음)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제조합 가입이나 지급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미정산 사태 발생 시 판매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온플법과 같은 플랫폼 규제 법안은 미국의 통상 마찰 우려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쇼핑, 배달 등 국내 플랫폼 시장은 대부분 국내 기업이 독과점 사업자라 외국 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통상 마찰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 제정이 더디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이라도 신속하고 강력하게 집행하고 법원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차선책이라도 시급히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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