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경기 용인시 '죽전테라스앤139' 아파트 단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인 교보자산신탁이 새벽 6시20분께 용역 인력 40~50명을 투입해 관리사무소와 공용공간을 점거한 것. 주민들은 자물쇠가 부서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광경에 "집 안에 있지만 감옥에 갇힌 것 같았다"며 당시의 공포를 떠올렸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용역인력은 단지 곳곳을 장악한 채 버텼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단독주택형 아파트인 죽전테라스앤139가 시행사와 교보자산신탁(부동산신탁사) 간 갈등이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죽전테라스앤139는 2021년 분양 당시 '프리미엄 테라스하우스'로 완판을 기록했다. 전 세대 테라스를 적용한 고급 단독주택형 아파트다. 하지만 시공사인 동광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준공 지연, 하자 방치가 지속됐고 부동산신탁사와 시행사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시행사인 보정PJT는 교보자산신탁 대표와 임직원 4명을 건조물침입·재물손괴·업무방해·협박·업무상 배임·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일 고소했다. 시행사는 "법원 판결문이나 집행문 없이 무력으로 점유한 것은 명백한 자력구제 금지 위반"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보자산신탁은 즉각 반박했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우린 불법 자력구제를 한 것이 아니라 시행사가 불법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단지를 무단 점유했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공사 부도 이후 사업 정상화를 위해 250억원을 직접 투입했고 분양대금 반환 소송에도 대응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시행사 측은 이에 맞서 "시공사 부도와 하자 방치로 단지가 방치되자 체험입주라는 임시 프로그램을 운영했을 뿐"이라며 "교보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의무를 다하지 않고 수수료만 챙겼다"고 반박했다.
용인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이 고소돼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주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권리관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경찰이 강제 개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보자산신탁의 모회사인 교보생명은 "교보자산신탁이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사안이어서 그룹 차원의 입장은 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교보생명 관계자는 "시행사의 불법 임대·점유 행위가 있었던 만큼 신탁사가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분양·입주 문제를 둘러싼 신탁사와 시행사의 이해관계 차이가 갈등을 키웠다는 의견이다.
단지 인근 보정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씨는 "교보자산신탁은 누적 적자와 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싸게라도 조기 매각해 매듭짓자는 입장인 반면, (시행사인)보정PJT는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며 임대를 통해 비용을 보전하고 적절한 시점에 매도하자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신탁사가 용역을 투입하며 극단적 충돌로 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은 올해 2분기 24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 1분기 손실은 499억원으로 전년 동기(264억원) 대비 손실 폭이 확대됐다. 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결산 기준 영업손실 3120억원, 순손실 2409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지원기자 jjw1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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