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반도체 ETF가 가장 큰 수익을 냈다. 글로벌 AI 반도체 호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에도 온기를 불어 넣은 영향이다.

16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한 주 (9월 8일~12일) 반도체 ETF가 국내 ETF 시장 수익률 상위 5개 종목 중 4자리를 차지했다.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27.19%), KODEX 반도체레버리지(24.05%), TIGER 200IT레버리지(23.32%)가 나란히 순위권을 차지하며 20%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점으로 투자한다. SK하이닉스 벨류체인 전반에 투자하는 UNICORN SK하이닉스밸류체인액티브(15.33%)도 수익률 상위 5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글로벌 AI 반도체에 훈풍이 불며 덩달아 국내 반도체 종목들이 강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주 상승세를 이어가 이날 오후 2시 30분경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99%, 1.52%씩 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34만1500원까지 오르며 지난주 세운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지난 한 주간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8.6% 뛰었고 삼성전자도 7.6% 올랐다.

최근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AI거품론이 확산하며 반도체 업종은 불안이 컸다. 그러나 오라클의 깜짝 실적 발표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오픈AI와 5년간 400조원대 컴퓨팅 파워 계약을 맺는다는 소식도 더해져 오라클 주가는 하루 만에 36% 급등했고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거란 기대가 확산해 AI거품론을 잠재웠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브로드컴도 오픈AI와 약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의 협력 소식이 알려지며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상승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HBM4에서 마이크론 대비 경쟁 우위의 기대감과 오라클의 깜짝 실적이 SK 하이닉스 주가 상승의 트리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관련해 "내년 이익이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10~11월 사이에 엔비디아 신제품 루빈의 사양과 HBM4 일정 구체화가 다시 한번 주가 상승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단기 차익실현 가능성도 우려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 등은 중단기 과열 해소 측면에서 매물소화 국면이 진행 중이며 코스피가 3500선에 도달하면 벨류에이션과 가격 부담으로 4분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인하 기대는 이미 증시 상승 재료로 쓰인 만큼 오는 16일~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재개되더라도 단기 상승 동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