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고향은 강릉이다. 극심한 가뭄을 겪는 그곳 맞다. 강릉은 바다를 끼고 있다. 경포해수욕장 옆엔 경포호도 있다. 둘 다 물인데, 눈앞에 보이는 게 물인데, 쓸 수 없다. 마실 수도 없다. 속된 말로 '미칠 노릇'이었을 거다.
가뭄이 심하다보니 지자체장에 대한 규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는 '가뭄도 홍수도 나랏님 탓'과 같은 사고(思考) 회로지만, 일부는 정파적 시각을 빌어 비판했다. '기우제 지내는 것도 싫다. 비오면 시장이 기우제 지낸 덕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어느 시민이 물었다. "혹시, 강릉사람 맞아요?"
위에 언급된 주장들은 전형적으로 정파에 눈이 가려진 사례다. 삶의 터전이 메말라가는데도 상대 정파의 지자체장이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동체의 유지가 아닌 이들이다.
동네를 벗어나 전국 단위로 가보자. 우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무난한 타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직전 이상한 메시지를 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밤중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역시 이재명을 혼내주는 트럼프' '트럼프 잘한다. 이제 윤석열을 구하러 와달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최근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혈맹'이라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주러, 한마디로 '도와주러' 갔던 근로자들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갔다. 보통 사람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정부의 빠른 해결, 그리고 이들의 빠른 귀환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저 사람들이 뭔가 잘못을 했겠지' '그러게 누가 불법으로 가래?'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어떤 이들은 '트럼프가 이재명을 혼내주기 위해 한국인 근로자를 잡아갔다'며 비웃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도, 조지아주 사태도, 저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던 이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듯 숨었다. 보통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떠든다. 조금만 더 있으면 어느 정도 전모가 파악되거나, 해결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걱정'이 아닌 '비웃음'이나 '통쾌함'이라는 감정을 드러낸다. 그야말로 21세기형 매국노이자, 해방 후 친일하는 사람들 아닌가. 2025년에 매국노라니, 참으로 신선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한국사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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