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속도를 내면서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설탕 담합 수사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하 압박은 커지고 있지만, 업계는 원가 부담과 실적 부진을 이유로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물가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0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국식품산업협회를 찾아 "가공식품 가격 안정화"를 당부했다.
하지만 업계는 원자재와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적자를 보며 운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마구 올려서 이익을 챙기려는 게 아니며,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원가 급등이 있다"며 "정부의 물가 안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환율·임금·물류비 부담이 여전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8월 수입물가지수는 135.21로 두 달 연속 올랐다. 국제 유가는 내렸지만 원·달러 환율이 7월 1375.22원에서 8월 1389.66원으로 오르면서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렸다. 원두와 코코아 같은 주요 원재료 가격도 치솟았다. 아라비카 커피는 2020년 톤당 2142달러에서 올해 2월 8873달러로 4배 넘게 뛰었고, 코코아는 같은 기간 2406달러에서 1만1160달러로 4.6배나 올랐다. 여기에 인건비도 매년 4~5%씩 오르고 있다.
식품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못하다. 2분기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은 평균 5%에 못 미쳤다. 매출과 이익도 모두 감소했다.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의 2분기 매출은 4조3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줄었고, 영업이익은 2351억원으로 11.3% 감소했다. 롯데웰푸드 영업이익은 343억원(-45.8%), 농심 402억원(-8.1%), 오뚜기 451억원(-26.8%)을 기록했다. 여기에 대외 변수도 겹쳤다. 미국의 15% 식품 관세 등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정부의 압박과 함께 사정기관 움직임도 거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18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를 상대로 설탕 가격 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설탕은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전반에 쓰이는 기초 원료다.
검찰은 "설탕 가격 상승이 음식 물가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엄정 수사를 예고했다. 정부의 압박 이후 7월 CJ제일제당·대한제당이 B2B용 설탕을 평균 4.4%, 삼양사가 4.0% 인하했지만, 소비자 직접 구매 제품(B2C)은 대부분 가격이 그대로다. 업계는 "설탕만 내려선 전체 먹거리 물가를 끌어내리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밀·우유·카카오·포장재·물류비 등 다른 비용이 동시에 오르고 있어서다.
정부의 강압적 가격 통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인상으로 원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너무하다"며 "특히 라면이나 식음료 제품의 경우 특성상 원래 단가 자체가 높지 않아 가격을 인하해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하 압박 효과는 일시적일 뿐, 잠시 가격을 낮추더라도 곧 다시 오르기 마련이다. 정부가 개입하기 보다는 기업이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놔둬야 한다"며 "인상 자제·가격 인하만 요구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비용 상승 요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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