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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산업일반

[르포]ADEX 2025, 하늘을 찢은 굉음 속에 드러난 K-방산의 자신감

첫 ‘풀 기동’ KF-21, 기술·운용 한계 동시 돌파
국산 항공기·무기체계 총집결, 실전 검증의 무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개막 현장에 관람객들이 출입하고 있다./이승용 기자

"우우우웅" 하늘이 찢어질 듯한 굉음이 서울공항 상공을 가르자 관객들의 고개가 일제히 위로 젖혀졌다. 회색빛 전투기 한 대가 구름 사이를 뚫고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몸을 뒤집었다. 순간 태양빛이 기체에 반사되며 은빛 섬광이 번쩍였다. 숨이 멎을 듯한 정적 후 "와아아" 함성이 터졌다.

 

17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개막 현장이다. 활주로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모자를 눌러쓴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고 관람객들은은 렌즈를 따라가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이날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였다. 관객들의 시야 끝을 가로지르며 고속 급선회, 배면비행, 수직상승, 롤 기동이 이어졌다. 지면 가까이 낮게 비행하던 기체가 다시 하늘로 치솟자, 아이들의 입에서는 "진짜 영화 같아요"라는 감탄이 터졌다.

 

이번 시연은 단순한 '축하 비행'이 아니었다. 개발 단계에서 묶여 있던 가속도 제한과 저고도 운항 제약이 해제된 사실상 첫 '풀 기동'이었다. 공기역학과 비행제어 기술이 완벽히 조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고난도 비행이다. KAI 기술진과 공군 조종사들이 자신감 없이는 결코 보여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비행시험을 거듭해온 '보라매'가 이날 처음으로 완전한 성능을 드러낸 셈이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17일 서울공항에서 비행하고 있다./이승용 기자

활주로 옆 지상 전시장에는 국산 항공기들이 줄지어 섰다. KF-21을 비롯해 FA-50, T-50, KA-1, KT-1 등이 당당히 자리를 채웠다. 공군의 F-15K, KF-16, C-130 수송기, 그리고 미군의 EA-18G '그라울러'도 나란히 전시됐다. 수리온 헬기 아래서는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었고 장병들은 시민들에게 기체 구조를 설명하며 땀을 훔쳤다.

 

또한 다른 한쪽에서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벙커버스터, 천궁과 비궁 등 21종의 무기체계가 전시됐다. 'K-방산'의 현재와 미래가 한눈에 펼쳐진 공간이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방산 수출 관계자들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몰려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초등학생 단체 관람객들은 전투기 조종석 앞에서 긴 줄을 섰다.

 

한 40대 남성 관람객은 "뉴스로만 봤던 장비들을 눈앞에서 보니, 우리 기술이 정말 이만큼 왔구나 실감이 난다"며 "한국 방산의 미래를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오 무렵,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다시 달아올랐다. 검은 독수리의 이름을 딴 T-50B 여덟 대가 일제히 하늘을 가르며 진입했다. 윗면은 흑백색으로 아랫면은 황색으로 도색된 기체들은 다이아몬드 대형, 이글 대형, 빅토리 대형 등 고난도 곡예비행을 펼쳤다.

 

ADEX 2025에 전시되어 있는 항공기./이승용 기자

라이트와 연막 발생 장치 등을 장착한 블랙이글은 색색의 연막을 뿌리며 날아다녔고 하트 모양부터 태극무늬와 무궁화 등을 하늘에 수놓기도 했다.

 

이번 비행은 단순한 공연이 아닌, 국산 항공기의 기동 성능과 조종 안정성을 세계에 과시하는 자리였다. 국산 전투기 KF-21을 비롯해 다수의 K-방산 장비가 전면에 나선 이번 서울 ADEX 2025는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 수준이 '개발 단계'를 넘어 '실전 운용'과 '수출 경쟁력'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항공기와 무기체계가 해외 바이어와 일반 관람객 앞에 나란히 선 현장은 대한민국 방산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시장 개척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상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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